[위기의 中企홈쇼핑-下] 바람 잘 날 없는 홈앤쇼핑?…버는 돈보다 나갈 돈 많다
[위기의 中企홈쇼핑-下] 바람 잘 날 없는 홈앤쇼핑?…버는 돈보다 나갈 돈 많다
  • 전지현
  • 승인 2019.04.29 18: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 "바람 잘 날 없는 홈앤쇼핑". 중기업계에서 나오는 말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확대'를 이유로 야심차게 출발한 홈앤쇼핑. 올해로 개국 7년차를 맞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중기업계의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홈앤쇼핑은 지난해 영업현금흐름(연결기준)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매출 및 매입 등 기업이 한해동안 영업을 통한 실제 장사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을 말한다.

순수하게 영업으로부터 벌어들인 현금이 2017년 537억원에서 지난해 43억원으로 10배 이상 줄어든 영향이 컸다. 홈앤쇼핑은 2013년 한때 영업으로 창출한 돈(영업창출현금흐름)이 1145억원에 달했지만 지난해 처음 두자리수로 털썩 주저앉았다. 헛장사를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대목.

특히 지난해 (연결기준)영업창출현금흐름(43억원)은 영업이익(448억원)의 10분의 1 수준에도 못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재무제표에서 영업창출 현금흐름이 영업이익보다 크게 적으면 이익은 있지만 실제 돈은 내부에 안 들어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당 기업의 영업이익에 부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제6의 홈쇼핑' 구원투수 최종삼 대표…늘어나는 현금 지출 왜?

2011년 5월 설립된 홈앤쇼핑은 중소기업 상품 판로 환대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홈쇼핑기업으로 현재 중기상품 80%이상을 의무 편성하고 있다.

설립 첫해 중기제품에 대한 경쟁력이 없을 것이란 세간의 부정적인 시선을 뒤로하고 연매출 2076억원, 영업이익 211억원을 달성했고, 2014년에는 영업이익 919억원을 기록하며 3년만에 수익을 3배이상 끌어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홈앤쇼핑은 지난 8년간 내부에서 불거지는 숫한 잡음으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인사청탁과 면세점 사업 배임 의혹, 신사옥 입착 의혹, 부정채용 등 수많은 의혹에 시달리며 2017년 본사 압수수색도 이뤄졌고, 개국 초기부터 지휘봉을 잡았던 강남훈 전 대표는 결국 지난해 3월21일자로 사임했다.

홈앤쇼핑은 구원투수로 지난해 5월 최종삼 대표를 영입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최 대표의 경영행보 역시 순탄지만은 않았다. 1981년 LG전기에 입사한 최 대표는 GS홈쇼핑의 전신인 LG홈쇼핑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로 경영지원을 총괄한 홈쇼핑업계 1세대 전문가로 홈앤쇼핑 지휘봉을 잡을 적임자로 꼽혀왔다.

가장 큰 문제는 실적이다. 홈앤쇼핑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4039억원, 영업이익 44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각각 3.9%, 5.7% 감소한 수치다. 당초 제시됐던 영업이익 목표치 534억원에 90억원가량 못미치는 결과를 받아든 것이다.

더욱이 홈앤쇼핑의 순운전자본은 마이너스 상태다. 홈앤쇼핑 실적 뒷걸음질의 불안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홈앤쇼핑의 순운전자본변동(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부채의 변동)은 2014년 -548억원, 2015년 -1271억원에서 2016년 -1771억원, 2017년 -1748억원, 지난해 -587억원이다. 마이너스 상태를 지난 5년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매출채권, 재고자산, 매입채무로 결정되는 순운전자본은 기업이 일상적인 영업활동을 하는데 필요한 자금이다. 주로 단기부채 해결 능력을 뜻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순운전자본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1년 안에 회사에 현금으로 유입되는 돈보다 나가야 할 돈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향후 1년내에 받을 돈보다 갚아야 돈이 많다는 이야기. 일반적으로 기업 유동자신이 유동부채보다 적으면, 단기적으론 재무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수도 있다.

상황은 이렇지만, 홈앤쇼핑은 올해 초 지난해 배당금에 대해 전년 50억원보다 2배 늘어난 100억원을 책정했다. 홈앤쇼핑의 지난해 현금배당성향은 26.8%로 2017년 13%보다 늘었난 반면, 같은 기간 홈앤쇼핑 당기순이익은 386억원에서 373억원 줄었다.

또한 홈앤쇼핑은 지난 3월 퇴사한 강남훈 전 대표에게 퇴직위로금 명목으로 7억원 보수를 추가 지출했다. 덕분에 강 전 대표는 홈앤쇼핑으로부터 퇴직위로금과 퇴직금으로 총 12억8033억원을 수령했다. 결국 이런 사안들로 최 대표는 한달 여 전 진행된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로부터 해임안을 받아드는 굴욕을 감당해야 했다.

◆기로에 선 홈앤쇼핑…신사업 모색은 긍정적 요소

최 대표 임기는 2020년 6월까지다. 최 대표 입장에서는 1년안에 회사 안팎을 둘러싼 수많은 숙제를 해결해야하는 부담을 떠안고 있는 상황인 셈. 더욱이 홈앤쇼핑은 민간기업으로 분류됐지만, '주인없는 회사'로 주요주주 구성이 정부 산하기관으로 이뤄져 정부 입김 따라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은 부담 요소다.

홈앤쇼핑은 중기중앙회 지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홈앤쇼핑 설립 초기, 중소기업중앙회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함에 따라 중기중앙회를 비롯한 관계사 지분율이 높아서다. 홈앤쇼핑 지분은 중기중앙회 32.92%, 농협경제지주 20%, 중소기업유통센터 15%, 중소기업은행 10% 등이 78%를 차지하고, 나머지 22.07%는 소액주주가 보유하고 있다.

올해 초 중기중앙회 수장에 오른 김기문 회장은 취임 당시 홈앤쇼핑 상장을 공약으로 내걸었기도 했다. 현재 홈앤쇼핑 이사회 의장은 김 회장으로, 역대 중기중앙회들이 의장을 맡아 왔다.

다만, 최근 최 대표가 T커머스 진출 및 중소기업들의 해외판로 확대 등 신사업에 공을 들이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다. 직원간 소통 기회를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잡음이 걷히지 않는 조직정비에 나섬으로써 체질개선을 이루려는 최 대표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