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버팀목 수출 적신호] 호황 끝난 '반도체'…다음 먹거리는
[경제 버팀목 수출 적신호] 호황 끝난 '반도체'…다음 먹거리는
  • 설동협 기자
  • 승인 2019.03.14 08: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즈트리뷴=설동협 기자] 한국경제 성장의 '엔진' 역할을 해온 반도체산업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올해 반도체 업황을 내다보는 시장의 관측은 낙관보단 비관적이다. 수요 둔화로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침체하고,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 아래 경쟁사들의 공세도 더욱 거세질 것이란 위기감 때문. 이에 미래 먹거리가 될 신성장 사업을 발굴하려는 국내 대기업들의 발걸음도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진=연합뉴스 제공
◆ 반도체, 초호황 시대 끝났다…올해는 걱정거리 산적
 
국내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반도체 사업을 필두로 실적 신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투자업계는 이미 지난 해 하반기부터 시선을 올해 업황 전망으로 돌리며 비관론을 쏟아내 왔다. 우려는 지난 연말 '숫자'로 나타나며 본격적으로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해 11월 반도체의 출하지수는 전월보다 16.3% 감소해 둔화세가 뚜렷해졌다. 이 같은 반도체 출하 감소 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8년 12월(18.0% 감소) 이후 가장 큰 폭이었다. 호황이 꺾인 반도체 업황은 최소 올해 상반기까지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IT전문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4분기 D램의 평균 판매가격이 전분기보다 8% 가까이 떨어졌고, 올해 1분기에는 가격 하락세가 더 가파를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1분기는 전통적으로 비수기인 데다 특히 올해 1분기 스마트폰 출하에서 비롯된 수요 모멘텀도 평년보다 약한데, 공급 측면에서는 수율 개선과 삼성전자의 평택공장 생산라인 증설 등으로 공급물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낸드플래시 역시 올해 1분기 비수기와 높은 재고수준 등의 영향으로 전분기보다 계약가격이 약 10%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우리 정부가 국내 반도체 산업과 경쟁국과의 '초격차'를 지키겠다며 '대·중소 상생형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 계획 등을 발표했지만, 막강한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의 공세를 견제하기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견해다.
 
LG화학 난징 배터리공장|연합뉴스 제공
LG화학 난징 배터리공장|연합뉴스 제공
◆ 미래 먹거리 어디에 있나…"車배터리" 신사업으로 떠올라
 
반도체 다음의 먹거리를 찾는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현재 대기업들의 미래 사업 육성 청사진을 들여다보면 공통적인 분야가 있다. 그중 대표적인 사업 아이템이 바로 전기차 배터리다.

반도체를 이을 차세대 성장동력까지는 아니지만 재계는 중단기적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분야로 전기차 배터리에 주목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자동차 산업과는 '이종(異種)'으로 분류됐던 기업들도 기존의 사업영역을 초월해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기업들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의 정부 보조금 정책이 만료되는 2020년 이후 한국 기업들에도 점유율을 높일 기회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먼저 삼성SDI의 경우 6000만달러(약 682억원) 이상을 투자해 현재 미국 디트로이트 인근 지역인 미시간주 오번힐스의 기존 공장을 증설하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또 이미 중국 시안에서 중대형 배터리 공장을 가동 중인 데 이어 제2공장 신설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도 지난 해 10월부터 중국 난징(南京) 빈지앙 경제개발구에서 전기차 배터리 제2공장을 짓고 있다. 2023년까지 2조1000억원을 단계적으로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난징 전기차 배터리 제2공장이 완공되면 LG화학은 한국·중국·유럽·미국 내 총 5곳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게 돼 대륙별 공급 거점을 갖추게 된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지난 해 말 미국 조지아주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을 위해 약 1조1400억원 투자를 결정한 바 있다. 당시 SK이노베이션 측은 "제2의 반도체로 평가받는 배터리 사업에서 글로벌 탑 플레이어(Top Player)로 성장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