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 5G, 실속없는 '세계 최초' 보다 '세계 최고' 돼라
[기자수첩] 한국 5G, 실속없는 '세계 최초' 보다 '세계 최고' 돼라
  • 설동협 기자
  • 승인 2019.04.16 15: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설동협 기자
설동협 기자
[비즈트리뷴=설동협 기자] 한국이 지난 3일 국내 이동통신3사를 통해 5G 상용화 기습을 감행, '5G(5세대 이동통신) 세계 최초'란 타이틀을 손에 넣었습니다. 하지만 내용물없는 빈수레에 연일 여론의 질타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세계 최초 타이틀을 놓고 마지막까지 눈치싸움을 벌였던 미국도 그다지 아쉬워하지는 않는 분위기입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G와 관련해 실속 없는 최초보다는 "5G 경쟁에서 이기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최초보다는 최고의 품질과 서비스가 우선이라는, 한국을 콕 집은 발언으로 느껴집니다.

이통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85개국 중 약 200여개 통신업체가 5G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에선 내년부터 본격적인 글로벌 5G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고 있자면, 다른 국가들은 참으로 여유로워 보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5G전략은 '타이틀'이 아닌 '실리'에, 보다 확실한 준비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에 있습니다. 올해가 5G의 원년이긴 하지만, 당장 5G 시장이 활성화되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5G 본격 경쟁에 대비해 서비스 품질 경쟁력을 더 높여야한다고 강조합니다. 당장, 거론되는 게 네트워크입니다. 5G 기지국 구축이 미비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5G 상용화 일정을 앞당기면서 곳곳에서 '데이터 끊김'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물론, 통신 세대가 바뀔 때마다 거론되는 이슈이긴합니다. 그런데, 통신 세대가 바뀐 원년이라 해서 불완전한 네트워크 환경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야 할까요. 이는 마치 소비자에게 덜완성된 제품을 떡하니 내놓고 사가라는 뜻과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5G 기지국 신고 장치 현황'의 내용을 보면, 5G 상용화가 시작된 지난 3일을 기준으로 전국 17개 시·도에 설치된 이통3사의 기지국은 8만5000여개입니다. 기지국 장치 중 86%정도인 7만3000여개가 서울·수도권과 5대 광역시에 설치된 상태입니다. 한마디로 서울을 벗어나면 여전히 LTE(4세대 이동통신)가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서울에선 5G 서비스가 안정적이냐고 묻는다면 선뜻 그렇다고 대답할 수도 없는 게 현실입니다. '반 쪽짜리 5G'라고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콘텐츠'는 어떨까요. 사실 국내 이통사가 5G 상용화를 시작했지만, AR·VR(증강·가상현실), 스트리밍 등을 이용한 핵심 콘텐츠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이통사에서 5G라는 판을 깔아줬지만, 발 빠른 일부 콘텐츠 개발 업체들만 나서고 있을 뿐입니다. 초기 5G 시대는 불안정한 시장이라 인식 돼 선 뜻 나서기가 힘들다는 게 업계의 견해입니다. 이통3사가 다양한 개발 업체들과 협력을 통해 5G콘텐츠 제작 중에 있지만, 턱 없이 부족한 상태로 보입니다.

이런 탓에 세계 주요 통신사들은 5G 상용화를 서두를 것 없이, 내실다지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보다폰(영국), 오렌지(프랑스), 도이치텔레콤(독일), 소프트뱅크(일본), 차이나모바일(중국) 등 세계 주요 이통사들은 구체적인 5G 상용화 일정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르면 올 연말정도 쯤에나 서서히 5G 상용화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그때까지는 충분한 네트워크·콘텐츠 등의 인프라를 구축해 '완성도 높은' 5G 환경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비춰집니다. 그렇다면 5G 시대의 '퍼스트무버'를 자청한 한국은 과연 내년도에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도 따라 붙을 수 있을까요.

단순 속도가 빠른 것은 이제 통하지 않습니다. 5G의 특성이긴 하나, 5G는 그보다도 미래 핵심 산업의 기반이 되는 존재입니다. 스마트팩토리, 헬스케어, 홈IoT, 자율주행 등 B2B(기업 간 거래)영역에서 앞서 나가느냐가 국가의 5G 경쟁력을 결정짓게 될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5G 기반에서 가장 큰 발전 분야로 기대되는 자율주행. 현재 한국의 자율주행기술이 세계와 견주어 볼 때 뒤쳐진다고 할 순 없지만, 앞서 나간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현재 세계 유일한 5G 국가임에도 왜 '최고'가 될 수 없었을까요. 정부의 규제가 발을 묶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구글의 웨이모, GM의 크루즈 등 자율주행 업체는 이미 수십·수백만 키로의 실주행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 자율주행 기술을 향상시키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통사들이 자율주행기술을 개발 중이지만, 실제 도로에서 주행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은 여전히 먼 이야기입니다. 까다롭고 다양한 국토부의 승인 절차와 더불어, 관련된 업계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실뭉치처럼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5G 세계 최초 상용화에 맞춰 전략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5G+' 정책을 내놓고 오는 2026년까지 5G를 통해 생산액 180조원, 수출 82.9조원 규모의 성과를 만들어 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상황이지만, 이 또한 규제 장벽에 막혀 제대로 시행될 지는 의문입니다.

5G 세계 최초 국가라면,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도 따라 붙어야 하지 않을까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 따라 5G 세계 최고가 미국이 된다면 조금 우스운 꼴이 될 것 같기 때문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