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헤지펀드 경영개입 불편해"...전자투표시스템 이용률 절반도 안돼
"소액주주·헤지펀드 경영개입 불편해"...전자투표시스템 이용률 절반도 안돼
  • 김수향 기자
  • 승인 2019.04.0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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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10년, 이용률 42% 불과..상장사 중에선 28%

[비즈트리뷴=김수향 기자] "미세먼지 농도 나쁨, 이런 날 무슨 주주총회야."

최근 전자투표를 독려하는 지하철 광고의 카피다. 적극적인 홍보 외에 각종 기프티콘과 수수료 감면 혜택을 도입했음에도 예탁결제원(이하 예결원)의 전자투표시스템 이용률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예결원과 전자투표시스템 계약을 맺은 회사 수 대비 실제 이용사 비율은 42%로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2일 예결원에 따르면 올해 전자투표시스템 이용 계약을 체결한 회사는 1331개사다. 2016년 828개사와 비교하면 3년 만에 503개사가 늘었다. 올해도 현대글로비스, 신세계그룹사, 팬오션 등 대형 상장회사와 비상장회사 등 16개사가 새롭게 K-eVote 서비스 이용계약을 체결했다.

K-eVote는 2010년부터 도입된 예탁원의 전자투표시스템이다. 전자투표제는 회사가 전자투표시스템에 주주명부, 주주총회 의안 등을 등록하면 주주가 주총에 직접 참석하지 않아도 접속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참석자의 찬반 비례에 따라 의결권이 행사되는 ‘섀도보팅(shadow voting, 의결권 대리행사)’ 제도가 2017년말 폐지된 뒤 이를 대체할 방안으로 거론됐었다. 

하지만 실제 이용 기업 비율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말 기준 유가증권 180개사, 코스닥 376개사, 기타 8개사로, 전체 계약사의 42.4%인 564개사가 전자투표시스템을 이용했다. 예탁원 전자투표시스템의 계약사 대비 이용사 비중은 ▲2016년 57.1%(828개사 중 473개사) ▲2017년 59.6%(1176개사 중 701개사) ▲2018년 37.5%(1297개사 중 489개사)로 지난해 급격히 줄어든 후로 올해도 50%대를 넘지 못했다.

상장사로 범위를 넓히면 비율은 더욱 낮아진다. 전체 상장사 중 전자투표 이용사 비율은 28%에 불과하다. 세분해서 보면 유가증권시장은 23.6%, 코스닥시장은 30.3%의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 또 주주의 전자투표 행사율로 따지면 총 13억5600주로 발행주식수 대비 5.04%에 불과하다.

전자투표운영체계 / 자료제공=한국예탁결제원
전자투표운영체계 / 자료제공=한국예탁결제원

적극적인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전자투표 이용률이 저조한 이유로 ‘이사회 결의의 어려움’이 꼽힌다.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면 주주들의 참여율이 올라가 의결정족수 미달에 대한 우려가 낮아지지만, 반대로 외국계 헤지펀드들이 기업 지배구조와 경영에 적극 개입해 경영권 유지에 위험요소가 되기도 한다.

또 아직까지 전자투표의 실효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다. 올해 전자투표시스템을 이용하지 않은 기업 관계자는 "주주들의 수요가 많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 하에 전자투표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전자투표제에 이용률에 대한 데이터 집계만 했을뿐 저조한 이용률에 원인 분석은 아직이다”라며 “회사가 경영 환경 등에 따라 이용 여부를 결정하고, 전자투표·전자위임장 이용이 강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회사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앞으로도 발행사와 주주가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며 “지속적인 홍보활동을 통해 주주의 의결권행사 문화 형성에 적극 노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