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최불암, 아름답고도 애잔하구나! 남해 바래길 밥상을 만나다
'한국인의 밥상' 최불암, 아름답고도 애잔하구나! 남해 바래길 밥상을 만나다
  • 전성환 기자
  • 승인 2019.03.28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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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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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 오늘(28일) KBS1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아름답고도 애잔하구나! 남해 바래길 이야기' 편이 방송된다.

◆ 어느 해녀의 새로운 출발, 특별한 인연 - 홍현 해라우지마을

사진=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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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군 남면 홍현 해라우지 마을, 아침 일찍 홍현항에 모인 해녀들은 부지런히 물질할 준비를 한다. 그중 유독 긴장한 듯한 모습의 현순자(62) 해녀는 무릎 수술로 일 년 동안 물질을 쉬었다가 오늘 새로이 복귀하는 날이란다. 홍현리 해녀 중에서도 물질 솜씨가 좋은 ‘상군’ 해녀였지만 30년이 넘는 세월, 거친 바다를 몸으로 견디며 해삼,멍게를 따는 동안 무릎관절염이 생겨 쉴 수밖에 없었단다. 숨을 참고 물속 깊은 곳에 있다 올라오면 마치 이승의 문턱에 갔다 오는 것 같다고 말하는 순자씨. 일년만에 물질이 감회가 깊은데... 젊은 시절 언니처럼 따르며 물질을 배웠다는 하은숙씨(50)가 순자씨 보호자로 나섰다. 해녀사업을 하는 시댁에서 함께 산지 30여년인 순자씨는, 은숙씨의 아이들을 키워주고 먹여준 친 이모나 다름없는 한 식구다. 객지 나가 공부하다 올해 취직까지 한 은숙씨의 큰딸 서연이가 집에 온다니. 엄마만큼이나 마음이 설레는 순자씨, 아이들을 위해 해삼탕, 해삼초무침, 해삼전복소라꼬치조림 등 막 잡아 올린 해산물로 서연이가 좋아하는 향긋한 바다요리를 준비한다.

◆ 바래의 고단함을 달래주는 시어머니의 막걸리 맛! - 가천다랭이마을

사진=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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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유채꽃이 피어나는 가천 다랭이 마을, 돌아가신 시어머니의 막걸릿집을 이어받은 송덕자(58)씨는 막걸리를 빚기 위해 유자잎을 따는 일로 한창이다. 1945년 위안부 징집을 피해 다랭이마을로 시집와 시댁식구들이 막걸리를 좋아한다며 고단한 층층이 계단식 논 밭 일을 하고도, 막걸리를 만들었다는 시어머니, 조막심 할머니는 6년전 돌아가셨지만, 막걸리 비법은 며느리에게 전수했단다. 나무를 짊어지고 산비탈을 오르내리던 이웃들에게 조막심 할머니의 유자막걸리 한 잔은 큰 위로가 돼주었다는데. 덕자씨가 이곳에 시집왔을 때는 시아버지는 병중이고 남편은 외국으로 일하러 떠나, 시어머니와 둘이 지게 지고 산비탈을 오르내리며 고된 일을 해내야 했단다. 덕자씨는 종종 눈물을 쏟을 만큼 힘든 시간이었지만 봄이 오면 유채잎 겉절이와 유자잎막걸리로 만들 때면 시어머니와 함께 한 지겟길이 그리워진단다. 달콤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인 유자잎막걸리와, 된장을 발라 솥에 쪄낸 물메기찜까지 곁들인 다랭이마을 밥상, 덕자씨 가족은 어머니를 그려본다.

◆ 95세 시어머니를 위한 해초요리! 전도마을 효부를 만나다

사진=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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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삼동면 전도마을 갯벌에는 지천에 파릇한 해조류가 널려있다. 캐도 캐도 끝나지 않는 생명 밭, 홍분엽(68)씨는 물때가 되면 청다리(모자반), 파래, 바지락 등을 캐느라 바쁘다. 특히 95세가 되신 시어머니가 병상에서 일어나신 지 얼마 되지 않아, 청다리라도 무쳐드리면 입맛을 찾으실까 하는 마음이란다. 김은업(95) 할머니는 매일 이곳의 해초를 캐서 장사 해 7남매를 키워냈단다. 먹을 것이 없어 배 굶던 시절, 추운 겨울날 찬바람 견뎌내며 뻘에서 해초를 뜯던 일을 생각하며 눈물을 보이는 할머니. 그런 시어머니가 안쓰러워 차마 병원에 보내지 못한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남은 생을 같이 하기로 약속했단다. 뻘에서 뜯은 청다리와 바지락을 따로 볶은 후 섞어서 무쳐낸 청다리우럭조개설치와 가재류에 속하는 이곳의 명물인 쏙을 넣고 끓인 맑은쏙탕 등 90평생 바래의 세월을 보낸 김은업 할머니를 위해 차린 며느리의 효도 밥상을 찾아가본다.

◆ 부부애로 깊은 맛이 더하는 바래길 밥상, 유포마을 김봉엽씨 부부 이야기

사진=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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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군에서 서쪽에 자리한 유포마을은 논과 바다가 함께 있는 반농반어 지역이다. 덕분에 풍경은 아름답지만, 일도 두 배여서 힘들었다고 말하는 김봉엽(66)씨. 작은 체구로 마늘밭을 매고 조개를 캐고 밭으로, 뻘로 나가 고된 일을 해온 삶이 벌써 70을 바라보는 나이, 봉엽씨는 친정어머니가 46세에 낳은 귀한 늦둥이로, 클 때는 손에 물 한 번 묻힌 적이 없어 시집살이가 더욱 고생스럽게 느껴졌단다. 시집와 처음 해본 뻘일도 처음엔 서툴렀지만, 이제는 우럭조개 캐는 일은 눈감고도 하는 일이 됐지만, 지나온 세월, 남편은 돈 벌러 외항선 타러 나가고, 시어머니와 둘이서 눈물겹게 견뎌온 시간이었단다. 이제는 봉엽씨 곁에서 도와주려고 애쓰는 남편 서석주(69). 뻘에서 캔 큼지막한 우럭조개와 달큼한 시금치를 무쳐낸 우럭조개시금치무침과 바지락에 양념장을 올려 쪄낸 바지락양념찜, 진한 조개 육수에 향긋한 쑥을 더해 끓여낸 우럭조개쑥국 등 봉엽씨 부부애까지 곁들인 달콤한 밥상을 만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