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락 가른 2.5%'…조양호 회장, 20년만에 대한항공 대표직 상실(상보)
'당락 가른 2.5%'…조양호 회장, 20년만에 대한항공 대표직 상실(상보)
  • 강필성 기자
  • 승인 2019.03.2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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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 “2.5%가 당락을 갈랐다.”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 대한 관전평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에 대한 의안이 불과 2.5%의 찬성표 부족으로 부결됐기 때문이다. 

승리를 확신했던 대한항공 안팎은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조 회장이 대한항공 대표이사직을 내려놓는 것은 지난 1999년 취임 이후 20년만이다. 

27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진행된 대한항공 제57기 정기 주주총회는 주주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 진행됐다. 일부 시민단체 등은 사옥 앞에서 조 회장의 퇴진을 주장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날 주총의 가장 큰 쟁점은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이었다. 가결이 유력해 보였던 이 의안은 지난 26일 저녁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하면서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예고된 바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ㅣ사진=한진그룹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ㅣ사진=한진그룹

조 회장 및 한진칼 등 특수관계인의 대한항공 지분은 33.34%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이 10.57%로 2대주주에 올라 있고 우리사주조합이 2.14%를 보유 중이다. 우리사주의 지분을 우호지분으로 해석하더라도 56.40%에 달하는 소액주주가 당락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은 대부분 조 회장의 연임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결과적으로 이날 주총에서 조 회장의 연임에 대한 찬성표는 이날 주총 출석 주주의 지분 73.84% 중에서 64.1%에 그쳤다. 반대표는 35.9%로 나타났다. 대한항공은 정관에서 사내이사 선임시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불과 2.5%의 차이로 조 회장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게 된 것이다. 

이날 일부 주주는 “왜 주총장에서 표결을 하지 않느냐”고 항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의장을 맡은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는 “이미 입장 과정에서 의결권을 집계했기 때문에 주총장서 투표를 하더라도 결과가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주총 결과에 대해 대한항공은 현재까지 별 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조 회장이 대한항공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는 것은 1999년 부친 고(故) 조중훈 회장에 이어 대표이사에 취임한 이후 처음이다. 

다만, 조 회장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났다고 하더라도 경영권을 잃은 것은 아니다. 대한항공의 최대주주인 한진칼을 통해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고 비등기임원으로서 대한항공의 경영에 직간접적인 영향력 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이와 별도로 향후 사내이사 추가 선임을 위한 임시주총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주총에서 조 회장의 연임이 부결되면서 대한항공 이사회는 기존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5명 등 9인 체제에서 사내이사 3인, 사외이사 5인의 8인 체제로 변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