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사안, 다른 잣대?…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논란
비슷한 사안, 다른 잣대?…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논란
  • 강필성 기자
  • 승인 2019.03.2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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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은 되고 대한항공은 안되고?”

[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 국민연금이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맞이해 적극적인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그 기준과 방식을 두고 논란이 적지 않다. 비슷한 사안에 대해서도 다른 판단을 하면서 임의잣대로 의결권 행사를 결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 

22일 재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본격화되는 주총 시즌을 맞아 각 투자기업의 주총 안건에 대한 찬반 의견을 미리 밝힐 예정이다. 이는 직간접적으로 위탁운용사나 기관투자자, 주주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만큼 주총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주목할 점은 이 적극적 의결권 행사가 적잖은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내이사 재선임 안에 대해 반대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직 공개적인 의견은 표명하지 않았지만 국민연금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 9명 중 7명이 조 회장의 재선임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ㅣ사진=한진그룹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ㅣ사진=한진그룹

대한항공의 2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할 경우 대한항공의 주총은 조 회장의 연임을 둘러싼 표대결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의 이같은 분위기는 조 회장이 횡령·배임·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이런 기준이 대한항공에만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일례로 국민연금은 최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의 사내이사 재선임 주총안건에 대해 기권을 결정했다. 현 회장은 2013년 현대엘리베이터를 동원해 현대상선을 부당 지원했다는 의혹으로 경제개혁연대에 고발당한 바 있고 지난해에는 현대상선으로부터 배임 관련 고소를 당한 상황.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상호출자기업집단 내의 부당 지원행위가 있어 기업가치 훼손이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장기적인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기권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결국 현 회장의 경우 논란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주주가치를 고려했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항공에만 조 회장 재선임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에는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하다.

재계 관계자는 “조 회장의 경우 현재까지 유·무죄 여부에 대한 판단이 이뤄지지 않고 재판이 진행중인 상태”라며 “재판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 경영권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죄형법정중의 및 무죄추정원칙에 따라 냉정하게 이뤄져야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대한항공 측은 주주가치를 위해서는 조 회장의 재선임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 글로벌 경기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델타항공과의 조인트 벤처 조기 정착,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의 성공적 서울 개최 등 대한항공의 주요한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라며 “안정적 경영을 통한 회사 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조 회장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