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發 '건강나이 보험' 활성화?…보험사들 골머리
금감원發 '건강나이 보험' 활성화?…보험사들 골머리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03.1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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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율, 요율산출 기준 등 데이터 없어 상품 개발 어려워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금융감독원이 건강할수록 보험료가 할인되는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 보험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위험율, 건강나이 기준, 요율 산출 기준 등 데이터가 적어 상품 개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지난 14일 올해 업무 계획 발표를 통해 고령층을 대상으로 '건강나이'를 고려한 보험료 할인제도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고령자를 위한 맞춤형 금융상품을 제공해 보험 취약계층에 대한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일반적으로 보험상품은 나이가 많을수록 질병에 노출될 위험이 커 보험료가 비싸게 책정된다. 하지만, 건강나이 적용 상품은 같은 연령대여도 신체나이가 더 젊으면 보험료가 할인된다.

구체적으로는 65세 이상이 보험에 가입하거나 갱신할 때, 건강나이를 기준으로 보험사가 위험률과 보험료를 산출해 상품을 개발하면 금감원이 상품 약관 등을 감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건강나이는 보험개발원 등에서 개발한 건강나이 산출 모델을 기반으로 측정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보험개발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표본연구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건강나이 산출 모델을 개발했다. 건강나이 측정 지표로는 흡연여부, 신체질량지수(BMI), 혈압 등 다양한 항목들이 활용된다.

금감원 보험상품감리팀 관계자는 "외국 사례와 보험개발원 모델을 적용해서 보험사들이 상품을 개발하면 이후 금감원에서 그 상품에 대한 약관 등을 검토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건강도 챙기면서 저렴한 보험료로 보험에 가입할 수 있고, 이 제도로 소비자 관심이 늘게 된다면 보험산업도 더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GreatPerformersAcademy.com
사진제공=GreatPerformersAcademy.com

금감원에서 적극 권장하고 있는 건강나이 적용 보험상품은 DB손해보험이 지난 5일 업계 최초로 출시한 '건강해서 참좋은 건강보험'이 유일하다.

이 상품은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등 3대 주요질병에 대해 흡연여부, BMI, 혈압 등의 항목을 기준으로 건강등급을 6단계로 나눠 단계별 보험료를 적용한다. 건강에 따라 보험료가 최대 40%까지 할인된다. DB손보의 이 상품도 보험개발원의 건강나이 산출 모델을 활용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다른 보험사들도 건강보험 적용 상품 출시에 적극 동참할지는 미지수다. 보험개발원에서 건강나이 산출 모델을 개발했다고 하지만 위험률, 요율 산출 기준 등 데이터가 없어 실제 상품 개발로 이어지기엔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많은 보험사들이 건강나이 적용 상품 출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위험률과 같은 객관적인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건강나이를 적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가 있어 아직은 지켜보고 있는 단계"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같은 나이여도 건강하면 할인을 받을 수 있으니 좋겠지만, 보험사들은 머리가 아프게 됐다"고 전했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발표를 했으니 이제부터 내부적으로 검토를 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체중이나 혈압, 혈당과 같이 측정해서 수치로 나오는 것 말고 음주량이나 흡연량 같이 환자가 직접 체크하는 항목들 때문에 건강나이가 정확하게 산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최대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업계 상황과 달리 금감원은 관련 상품 출시를 적극 권장하는 모습이다.

특히, DB손보가 최근 건강나이 적용 상품의 배타적사용권을 철회한 것도 금감원의 관련 상품 활성화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DB손보는 업계 최초로 출시한 건강나이 적용 상품 '건강해서 참좋은 건강보험'에 대해 배타적사용권을 신청했지만, 최근 철회했다.

배타적사용권은 보험상품의 특허권으로 다른 보험사는 일정 기간 유사한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 즉, DB손보가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할 경우 금감원의 건강나이 적용 보험 활성화 정책에 배치되게 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DB손해보험이 이번에 배타적사용권을 철회한 것도 당국의 뜻과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당국에서 상품 출시를 독려하는 마당에 DB손해보험이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건강나이 적용 보험에 대한 금감원의 적극적인 태도에 그동안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오던 보험사들의 고민도 한층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보험사들은 금감원 발표에 따라 자체적으로 관련 상품 검토에 들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