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2017 임원인사 "황각규-소진세 양각구도 형성"
롯데, 2017 임원인사 "황각규-소진세 양각구도 형성"
  • 승인 2017.02.2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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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회사 전환의 발판 마련
 
롯데는 21일 롯데케미칼,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등 화학·식품 부문 9개 계열사 및 단위조직의 이사회를 열고 2017년 조직개편 및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이날 공개된 롯데 인사에서 주목되는 점은 신동빈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황각규'는 경영혁신실장으로, '소진세'는 사회공원위원장으로 임명되며 양각구도를 형성했다는 점이다.

또 계열사들을 업종 별로 분류해 4개 분야의 협의체로 새롭게 구성하고, 각각의 장을 새로 선발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롯데는 22일과 23일에도 이어 유통·호텔 및 기타 사업부문의 임원인사가 이사회를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신 회장의 경영쇄신안에 따른 조직개편 추진안 발표

이번 롯데 임원인사에는 지난해 10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발표한 경영쇄신안의 하나였던 '정책본부 조직 축소 및 재편과 그룹 준법경영체계 구축'이 포함된 것이 특징이다.

롯데 측은 "지난해 10월부터 약 3개월 간 진행된 맥킨지 컨설팅 및 내·외부 인사의 다양한 의견을 참고했다"며 "과감한 본부 축소, 계열사 책임경영 지향, 컴플라이언스 강화를 통한 리스크 관리를 쇄신안의 주요 골자로 삼고 이번 인사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정책본부는 3월 1일부로 그룹 사업을 주도할 ‘경영혁신실’과 그룹 및 계열사의 준법경영체계 정착을 위한 ‘컴플라이언스위원회’라는 2개의 큰 축으로 나누어진다.

우선 기존에 7실, 17팀, 200여 명의 직원들로 구성되었던 정책본부는 4개 팀(가치경영팀, 재무혁신팀, 커뮤니케이션팀, HR혁신팀)으로 구성된 ‘경영혁신실’과 준법경영 및 법무, 감사기능을 수행하는 ‘컴플라이언스위원회’로 재편되며 총 인원은 기존의 70% 수준인 140여 명으로 축소된다.

이번에 신설되는 ‘컴플라이언스위원회’는 그룹 차원의 컴플라이언스 관련 규칙과 정책을 수립하며, 각 계열사의 준법경영 실행을 주도하게 된다.

■ 지주회사 전환의 발판 마련

롯데그룹은 이번에 ▲유통 ▲화학 ▲식품 ▲호텔 및 기타 로 이뤄진 4개 분야 계열사들의 협의체 BU(Business Unit)를 구성해, BU장도 선임할 예정이다.

21일 이사회에서는 화학 BU장을 롯데케미칼 허수영 사장이, 식품 BU장을 롯데칠성음료 이재혁 사장이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 BU장과 호텔 및 기타 BU장은 22일, 23일 이사회 이후 알려질 예정이다.

BU는 산업 생태계를 고려한 질적 성장을 위하여 관계 계열사들 공동의 전략 수립과 국내외 사업 추진 및 시너지를 높이는 업무에 주력한다.

롯데 관계자는 "이번 조직 개편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지주회사 전환의 사전 단계이기도 하다"며 "금산분리원칙을 고려해 금융사 등은 BU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 (왼쪽부터) 황각규 경영혁신실장, 소진세 사회공원위원장 ㅣ롯데 제공
 

한편 조직 개편 후 첫 경영혁신실장으로는 황각규 사장이 선임됐다.

황 사장은 롯데케미칼로 입사한 후 95년부터 그룹에서 신규 사업 및 M&A, 해외사업을 담당하면서 롯데의 비약적인 성장과 변화를 주도해왔다.

2014년부터는 정책본부 운영실장으로 그룹 전반에 대한 경영 관리를 책임지고 있을 뿐 아니라, 옴니채널 구축과 인공지능(AI) 도입 등 그룹의 혁신적인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대외협력단의 소진세 사장은 신동빈 회장이 맡고 있던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 직을 수행하게 되었다.

롯데그룹은 국민의 기대와 사회적 가치를 우선하는 좋은 기업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룹의 중량감 있는 인사이자 추진력이 강한 소 사장에게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을 맡기게 되었다.

소 사장은 또 회장 보좌역으로서 신 회장에게 지속적으로 조언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 다양한 경험 갖춘 CEO 전면 배치

허수영 사장이 롯데 화학사를 총괄하는 화학 BU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김교현 말레이시아 롯데케미칼 타이탄 대표가 롯데케미칼 사장으로 승진해 내정돼 주목된다.

롯데케미칼에서 신규 프로젝트를 총괄해오던 김 신임대표는 14년 타이탄 대표로 부임하여 실적을 크게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의 신임대표로는 이홍열 부사장이 내정됐다.

이 신임대표는 2012년~2014년에는 현 롯데엠알씨 대표이사를 맡았으며, 최근에는 우즈벡 수르길 가스화학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인물이다.

2명의 신임대표 모두 해외사업장을 책임졌던 이력이 있어, 신동빈 회장이 평소 강조했던 “다양한 경력과 해외 경험을 갖춘 CEO"로 풀이된다.
 
▲ (왼쪽부터) 롯데식품BU장 이재혁 사장, 롯데화학 BU장 허수영 사장 l 롯데 제공
 

롯데칠성음료 역시 이재혁 사장이 롯데 식품 계열사를 총괄하는 식품 BU장을 맡게 되면서 신임 대표이사를 내정했다.

지금까지 롯데칠성음료는 이재혁 사장이 국내외 음료 및 주류 사업을 모두 챙겼으나, 이번 인사에서는 음료BG와 주류BG가 각각 대표이사를 내정했다.

음료 BG대표로는 음료 마케팅과 영업을 총괄해왔던 이영구 음료영업본부장이, 주류 BG대표로는 두산주류에서부터 줄곧 영업을 담당해왔던 이종훈 주류영업본부장이 전무 승진을 하면서 맡게 됐다.

롯데홈쇼핑은 상품과 마케팅 전문가인 롯데백화점 이완신 전무가 신임 대표로 내정됐으며, 롯데로지스틱스도 박찬복 경영관리 · 유통물류부문장이 전무 승진과 함께 신임대표로 선임됐다.
 
롯데는 특히 올 인사에서 디자인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아온 롯데칠성음료의 진은선 상무보가 승진해, 여성임원을 추가로 배출했다는 후문이다.

또한 롯데제과의 파키스탄 콜손(Kolson) 법인장인 압둘 라티프(Abdul Latif)가 이번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압둘 라티프 상무는 콜손 인수 이후 법인장으로 계속 근무하며 꾸준히 매출과 이익을 개선하고 사업을 성공적으로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롯데는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경영쇄신 의지가 이번 인사에 반영됐다”며 “그간 외형확대에 집중했던 기조에서 벗어나 질적성장으로 전환하고 도덕성과 준법경영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즈트리뷴 권안나 기자 kany872@biz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