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안철수 학제개편안, 개혁인가 폭탄인가
[기자수첩] 안철수 학제개편안, 개혁인가 폭탄인가
  • 승인 2017.02.1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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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려흔 기자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비한, 건국 이래 가장 강력한 교육 혁신안"이라는 안철수 전 상임대표의 주장은 받아들이기가 힘든 제안이다.

그의 제안이 대의라고 보기에도 당장의 실을 떠나 10년 뒤를 내다봤을때 득은 없어 보인다.  차라리 안 전대표가 14년동안 한 의학공부를 접은 것이 더 혁명적이라 볼 수 있겠다.

안 전대표는 지난 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국내 교육혁명 화두로 '학제개편안'을 꺼내 들었다.

그는 현재 대학 진학 전까지 만 6세부터 시작하는 초등교육 6년, 중등교육 3년, 고등교육 3년의 의무 교육을 만 3세로 앞당겨 시작해 유치원 2년, 초등학교 5년, 중학교 5년, 진로탐색학교 또는 직업학교 2년을 거쳐 대학교 진학 또는 직장으로 이어지는 개편안을 제시했다.

안 전대표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가기위한 창의교육이 가능하게 하고, 대학입시로 왜곡된 보통교육을 정상화와 사교육을 혁명적으로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대표는 보육과 유아교육을 국가가 보장한다는 이유로 초등학교 입학 전 유치원 2년의 과정을 의무교육에 도입하고 초등과정이 끝난 만 10살, 중학교에 들어가 5년간 교육을 받는 과정까지를 의무교육으로 하자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까지 비용은 국가에서 전액 책임지는 제도다.

이후 진로탐색학교에 진학해 2년간 학점을 쌓아 대학진학 또는 직업학교를 통해 직업훈련을 거쳐 직장에 다니게 되는 2가지 상황 중 한가지를 선택하게 된다는 게 골자다.

안 전 대표는 만 5세부터 초등과정이 시작되는 것에 대해 "초등학교에서는 기초적 자질 함양과 자아의 실현을 위한 기초 능력을 함양한다. 인성, 창의력, 자기주도력, 주위 사람과 협력하는 능력, 실패로부터 학습하는 능력 등을 배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학교 5년간 삶에서 선택의 기회를 스스로 어떻게 넓혀갈지 고민하면서 자신의 가능성과 재능을 발견해 나가다 만 15세에 대한민국의 시민으로서 지녀야 할 자질을 키우는 보통교육을 전부 이수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안 전 대표는 "어느 길을 선택한다 하더라도 성적순이 아닌 학점이수제도이기 때문에 아이는 별도로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받을 필요가 없다"며 "직업학교를 졸업한 아이도 산업체에서 일정기간 일하면 대학수능능력시험을 대신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도록 해 원하면 쉽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학제개편에 대해 안 전대표는 "당장 초·중·고교를 동시에 바꾸자는 것이 아니라 향후 10년 계획을 합의해 점진적으로 추진하고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입학생부터 적용해 나가야 한다"며 '국가교육위원회'구성을 주장했다.

안 전 대표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큰 변화없이 이어져 온 산업화 시대의 교육시스템으로는 미래를 대비할 수 없으며 교육 분야의혁명적 대변화로 새로운 기회를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만 6세부터 초등학교 6년, 중등교육 3년, 고등학교 3년, 총 12년으로 의무교육이 시행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유치원 2년, 초등학교 5년, 중학교 5년을 의무교육으로 주장하는데 이는 기간이 단축되는 것도 아닌데다 내용 또한 교육시작 시기와 입학시기를 앞당기는 것 외에는 현재 시스템과 다른 점이 없다.

안 전 대표의 '학제개편안'은 과연 교육의 진정한 개혁일까, 아니면 소구력을 충동적으로 자극하는 위험한 폭탄일까.

▲ 유년시절의 안철수 전 상임대표 l 나무위키
 

■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유치원 의무교육 … 효율적일까

안 전대표가 제안한 학제개편안에는 의무교육 시작 시점을 만 3세로 앞당겨 2년동안 유치원을 다니는 내용이 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도 있듯이 어릴 때의 경험유무는 그 이후를 위한 초석적인 의미를 가진다.

선진국은 어떨까. 집에서 사이버 학습을 하며 경험과 가족관의 시간을 많이 보내는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최근 우리나라 학부모들도 유치원은 물론 초등학교도 안보내려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인간의 발달에는 결정적인 시기가 있다. 특히 유아의 발달은 정해진 교육보다 부모와의 정신적·정서적 교감이 중요하다.

정신분석학자 피아제에 따르면 기본적인 양심체제나 도덕성은 주로 3세 전후에 걸쳐서 이루어진다.

현재 우리 사회는 맞벌이 부부가 많아 어린이집이나 놀이방에 보내는 시기가 빨라진다. 제대로 된 교육을 위한다면 부모 입장에 편한 것을 제시할 게 아니라 미래를 짊어져야 할 아이들에 맞는 교육을 해야 마땅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아시절 아이들의 발달과 교육에 득이 되는 부모와의 시간을 많이 만들어 주는 게 바람직하다.

내 아이 하나도 돌보기가 사실상 힘든데 전문가라고 해서 유아 여러명을 돌보며 부모역할 보완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불가역성의 원리에 의해 교육을 단계별로 볼때, 한 단계에서 잘못된 것의 영향이 그 다음 단계에 잘한다고 해서 전 단계의 잘못에 영향을 주거나 보충하고 교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다시말해 뿌리가 썩었는데 후에 달라진 환경에서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 진로개발을 위한다면서 왜 의무교육은 중학교 5년까지만 보장하나

안 전대표는 미래를 위해 진로와 직업에 대해 탐구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 2년간의 교육과정을 제시했다. 안 전대표의 가장 중점적인 부분이라 생각하는데, 이는 의무교육이 아니라 선택교육이다.

대학교를 왜 가는가 생각해보면 보다 나은 직장에서 높은 연봉을 받는 등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일 것이다.

안 전 대표가 제시한 개편안이 시행될 경우, 진로탐색이나 직업탐구를 하지 않고 곧바로 대학을 준비해 마치거나 사회에 더 빨리 진출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방안은 안 전 대표가 내놓은 미래교육의 핵심인데, 이 부분을 선택영역으로 한다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또한 우리나라는 학교 네임밸류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평가하고 평가받기도 한다.

안 전 대표가 제시한 진로탐색학교나 직업학교는 새로울 게 없다. 이미 실업계고교나 요리, 예술, 체육 등 특성화고교가 있지 않는가. 이 또한 간판만 바꾸는 장난질이라는 비판을 받고있다. 

이것이 아니라면 실업계고교 등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성과가 지금부터 두드러지는 방안을 내놓아 국민들을 설득시키는 편이 낫다.


■ 학점이수로 대학을 진학한다?

안 전대표는 이번 학제개편안을 제시하며 "정해진 답을 외우는 것만으로는 앞으로 살아남기 힘들다. 창의적으로 사고하며 인성을 배우고 타인과 협력해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가르치는 것이 미래교육의 핵심"이라며 "어느 길을 선택한다 하더라도 성적순이 아니라 학점이수제도이기 때문에 아이는 별도로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고등학교를 폐지하고 내세운 미래학교라는 것은 2년 교육과정 중에 6개월은 공통교육과정을 통해 30학점을 이수하고 1년 6개월은 90학점을 학생이 원하는 진로나 적성에 맞게 교육을 받게된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사회에는 특정한 몇 분야가 주목을 받고 있다. 그 곳으로 대학과 취직자리가 몰린다면 사교육이 사라질 것이라는 그의 예상은 빗나갈 공산이 크다. 

더욱이 실습을 통해 대학입학을 쉽게 한다는 점은 대학도 취직을 위해 가는 것인데, 그럼 모두가 실습을 통해 쉽게 입학하는 방법을 선택할 게 분명하다. 이 또한 지르기(?)만 한 것이지,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안 전 대표는 "너무 과격한 변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금 우리의 교육으로는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의 발언에서 진정성보다는 쇼맨십이 진한게 풍기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그가 미래교육에 대해 진심어린 걱정을 했더라면 차라리 4차 산업혁명에 걸맞는 교육을 추가한다거나 창의적인 사고가 가능한 혁신적인 방안을 내세우는게 적합하지 않았을까. 



[비즈트리뷴 김려흔기자 eerh9@biztribun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