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융단폭격에 흔들리는 한국기업...샤프, 삼성에 LCD 패널 공급 전격 중단 일방 통보
글로벌융단폭격에 흔들리는 한국기업...샤프, 삼성에 LCD 패널 공급 전격 중단 일방 통보
  • 채희정기자 sincerebiztrib
  • 승인 2016.12.15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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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대만 연합군 이끌고 한국에 도전장, 화학 철강 등도 마찬가지

 
▲ 대만 폭스콘이 인수한 샤프가 2017년 1월 1일부터 삼성전자에 납품하던 TV 액정패널 공급을 중단키로 함에따라 삼성전자가 패널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ㅣ 더스택
 
 IT 바이오테크 화학 철강 등 한국의 첨단기술분야와 기간산업 기업에 대한 해외 기업과 정부의 융단폭격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 기업의 일방적인 공급중단 선언, 반덤핑 관세와 같은 무역장벽 등으로 한국 기업의 손발이 묶이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면서 정상회담을 통한 무역장벽 제거가 힘들어졌고 관련 부처들도 통상장벽 마찰을 해결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그야말로 고립무원에 처한 상태에서 해외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이 파상공세에 상처를 입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만의 훙궈타이밍(郭台銘) 훙하이 그룹 회장이 인수한 일본의 전자업체 샤프. 샤프는 지난주 삼성전자와 LG전자를 겨냥해 내년부터 TV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공급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샤프는 연간 삼성전자 TV사업 부문 전체 수요의 약 10%에 달하는 500만대 분량의 40인치 이상 패널을 공급해왔다. 특히 고가 제품인 60인치·70인치 TV용 패널은 샤프가 유일한 공급처여서 삼성전자는 내년에 출시할 일부 TV 제품군(群) 판매량에 대한 재조정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LG전자의 대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에 맞서 내년 퀀텀닷(양자점) TV 신제품을 대거 출시하고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선다는 전략이었지만 샤프의 기습 공격으로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커졌다.

■ 궈타이밍 회장의 승부수에 허 찔린 삼성

샤프의 LCD패널 공급 중단 결정은 '타도 삼성'을 공공연하게 내세워온 궈 회장의 승부수로 풀이된다. 그는 애플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는 폭스콘의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하다.

궈 회장은 최근 "글로벌 정보기술기업으로 성장하겠다. 삼성전자를 3~5년 내에 따라잡겠다"며 삼성에 대한 공세를 예고하기도 했다. 실제 그는 TV·스마트폰·전장(電裝·자동차 전자장비) 등 삼성의 주력 분야 곳곳에서 도전장을 내고 있다. 지난 4월엔 LCD 패널과 TV를 생산하는 샤프를, 5월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노키아의 휴대전화 부문을 인수했다.
 또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에는 자동차용 터치스크린 패널을 공급하고 있다.전자업계 관계자는 "샤프가 TV 패널 공급을 전격 중단한 것은 삼성전자에 대한 공격과 견제를 노골화한 행보"라면서 "궈 회장이 공급 중단 철회를 요구하는 삼성전자에 '패널 가격을 두 배로 올려달라'는 식으로 배짱도 부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허를 찔린 삼성그룹 내부에선 "궈 회장이 상식 밖의 조치를 취했다"는 격앙된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급히 이노룩스 등 대만 디스플레이업체에도 패널 공급 의사를 타진했으나 "이미 내년 물량은 공급 계약이 끝났다"는 통보만 받았다. 그룹 차원에서도 대책을 논의했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오랜 경쟁 관계였던 LG디스플레이에 패널 공급을 요청할 수밖에 없게 됐다.업계에선 올해 초 훙하이가 샤프를 전격 인수하면서 삼성의 TV 패널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삼성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기습공격을 당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최근 일부 LCD 생산라인을 폐쇄하고 OLED 중심 생산 체제로 전환하면서 비상 상황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 훙하이, 日·中·대만 연합군 이끌고 디스플레이 1위 한국에 거센 도전

업계에서는 훙하이그룹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일본·중국·대만 연합군을 이끌고 1위인 한국에 지속적으로 도전할 것으로 본다. 궈 회장이 이끄는 폭스콘은 대만 1위 디스플레이 업체인 이노룩스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올 3분기 샤프와 이노룩스의 TV 패널 점유율 합계는 18.5%로, 세계 1위 LG디스플레이(19.6%)나 2위 삼성디스플레이(18.6%)와 맞먹는 수준이다. 게다가 폭스콘은 8000억엔(약 8조1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중국에 세계 최대 규모의 LCD 패널 공장을 짓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최근 부가가치가 높은 초대형 패널에 투자하면서 추격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 TV 세계 3위 TCL의 패널 제조 자회사 CSOT가 각각 2018년, 2019년 가동을 목표로 초대형 패널 공장을 짓고 있다.

반면 LCD 시장을 이끌었던 한국 업체들은 차세대 패널인 OLED 시장으로 전환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작년의 2배가 넘는 10조9000억원의 시설 투자를 단행하면서 OLED 라인 증설에 집중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올해 전체 설비 투자에서 50% 정도였던 OLED 비중을 내년 70%로 늘릴 계획이다.

                                자료 출처 : 한국무역협회
                 
현대증권 김동원 기업분석부장은 "한국업체들이 OLED 시장으로 옮겨가면서 기존 LCD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다"며 "이번처럼 외국 업체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중국 업체뿐만 아니라 경쟁 관계였던 삼성-LG가 서로 손을 맞잡는 등 국내 기업 간 새로운 협력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보호무역주의에 흔들리는 한국의 기간산업

해운업계에도 구조조정의 허점을 노린 글로벌 선사들이 우리나라 선사들을 상대로 하는 ‘손발 묶기’가 목격되고 있다. 최근 세계 최대 해운동맹 2M(머스크·MSC)과 협력 관계를 맺은 현대상선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대상선은 2M과 선박 교환 및 매입을 내용으로 한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했는데 여기에는 2M에 선대 확대를 통보하지 않고는 외형을 넓힐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현대상선의 주력 노선인 미주·아시아 노선에서도 글로벌 1·2위 선사이자 현대상선보다 덩치가 10배가량 큰 머스크와 MSC에 선복 확대 계획을 알려야 하는 것이다.

각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무역장벽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미국 상무부는 중국에서 생산한 삼성·LG전자의 세탁기에 대해 각각 52.15%, 32.12%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번 판정은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삼성과 LG가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중국산 세탁기를 미국 시장에서 낮은 가격에 덤핑 판매했다며 미국 정부에 진정을 낸 데 따른 것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하면서 앞으로 이 같은 행보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의 한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발언을 토대로 하면 미국이 향후 중국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수입규제 조치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같은 조치는 한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만큼 정책변화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열린 ‘수입규제 대응사례 및 정보교류회’에서도 박원 삼정KPMG 이사는 “미국 상무부는 한국 철강업체들에 점점 무역규제를 까다롭게 적용하고 규제에 대비할 시간적 여유도 주지 않고 있다”며 “상무부를 상대한 업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60분 동안 보던 시험을 이제 10분 만에 풀라고 던져주는 분위기’라는 말도 많다”고 전하기도 했다.

■ 반(反) 덤핑에 속수무책인 한국기업들

화학업계는 중국과 인도의 반덤핑 조사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중국은 태양광발전의 원료가 되는 한국산 폴리실리콘에 대해서만 반덤핑 관세율을 재조사하기로 했다.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집전판의 원재료가 되는 물질로 ‘태양광 업계의 쌀’로 불리는 소재다. 한화케미칼·OCI·한국실리콘이 조사 대상 기업이다.
 
여기에 인도까지 한국산 화학제품인 톨루엔디이소시아네이트(TDI)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TDI는 폴리우레탄의 원료로 건축단열재, 자동차 시트, 고무접착제, 섬유처리제, 인조가죽, 페인트 등을 만드는 데 쓰인다.

 KOTRA 첸나이무역관은 “최근 TDI 관련 우리나라 기업의 실적이 상승세를 타고 있고 인도 수요도 확대되는 추세”라며 “하지만 반덤핑 관세가 부과될 경우 한국 업체의 TDI 수출 실적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국산 철강 강관에 대해서도 태국이 최고 53.88%의 반덤핑 관세를 매기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태국 무역협상국은 한국과 중국의 ‘강관 및 튜브’에 대해 반덤핑 잠정 관세를 부과하기로 예비 판정했다.

이번 조치로 한국산 품목에는 17.22~53.88%의 반덤핑 관세가 부과돼 세아제강이 17.22%를, 현대제철은 32.62%의 관세를 부과받았다.

 KOTRA는 “태국은 메가 인프라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 철강 소비가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산의 대량 유입을 경계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앞으로 철강 부문 수입규제 조치 또한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한국에 대한 반덤핑 규제 건수가 25%가량 늘어나는 등 각국의 보호무역 장벽이 높아진 상태다.

최근 무역협회의 ‘대(對)한국 수입규제 월간동향’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를 상대로 진행되고 있는 반덤핑 관세 규제(조사 중인 건수 포함) 건수는 지난달 말 기준 132건으로 지난해 말의 106건보다 24.5%(26건) 증가했다. 반덤핑에 상계관세까지 함께 부과한 ‘반덤핑·상계관세’ 규제는 같은 기간 8건에서 7건으로 줄었고 세이프가드 수도 61건에서 43건으로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두드러진 상승세다.
채희정기자 sincerebiztri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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