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걷히는 O2O③]플랫폼 경쟁 결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른 듯
[거품 걷히는 O2O③]플랫폼 경쟁 결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른 듯
  • 승인 2016.07.04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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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버 ㅣ 비즈니스인사이더
 
▲ 에어비엔비 ㅣ CNBC
 
▲ 디디추싱 ㅣ 포춘
 
O2O 스타트업들의 폐업, 사업 축소나 사업 변경 등은 그리 새로울 일은 아니다.

스타트업의 낮은 성공 확률을 고려했을 때 대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O2O 사업의 속성상 중개가 중심이 되는 플랫폼 사업이라는 특성이 있는데, 이 때 승자 독식 구조가 발생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플랫폼 경쟁의 당연한 결과로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O2O 업계에는 벌써부터 위기감이 돌고 있다. 수년 전 세차업에 진출했던 체리(Cherry)나 세탁서비스를 제공하던 프림(Prim) 등이 폐업했을 때만해도 그럴 수 있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우버와 에어비앤비의 뒤를 이어 O2O 업계의 스타로 부상할 것 같던 홈조이나 인스타카트 등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인 Pew Research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유 경제 서비스 이용 경험 중에 중고거래 및 기타 전자상거래 등을 제외하고 O2O 가운데 가장 많은 이용경험이 있는 서비스는 차량 호출(ride-hailing)로 약 15% 수준이었으며, 숙박 공유(home-sharing) 서비스가 11%로 그 뒤를 이었다.

아직까지 이용 경험이 많지 않은 것을 봤을 때, O2O 서비스라는 것이 이제 막 성장하고 있는 단계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차량호출이나 숙박 공유, 음식 배달 등 몇몇 사업을 제외한 다른 영역에서 뚜렷한 스타 기업이 없는 상황이다. 즉 O2O 사업에서 플랫폼 경쟁의 당연한 결과가 발생하기에는 아직까지 이른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비즈니스 모델의 부재를 지적하는 투자자들
 
최근 위기를 겪고 있는 O2O 기업들에 대해 투자자들이 지적하고 있는 공통적인 사항은 바로 비즈니스 모델이 약하다는 것이다.

많은 O2O 스타트업들이 우버 모델 따라하기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며, 얼마 전까지도 투자자들 역시 이를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O2O 기업들의 수익성이 점차 나빠지면서 투자자들은 추가 투자에 소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하고 있다.

 최초의 아이디어가 혁신적인 경우 초기 투자금을 확보할 수는 있겠지만, 어느 정도 기업 규모가 성장한 후에도 비즈니스 모델이 작동하는 것을 보여주지 못하면 추가 투자금을 확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시장 확대를 위한 추가 투자금은 사업에 첫발을 내딛을 때 필요한 초기 투자금보다 훨씬 액수가 크기 때문에, 투자자로서는 그만큼 신중을 기하는 것이다.

CB인사이트의 매튜 웡(Matthew Wong) 수석 애널리스트는 “투자금의 축소는 아직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에게는 큰 위협이 될 것이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문제는 O2O 사업자들에 대한 비즈니스 모델 확립 압박이 커질수록 서비스 혁신보다는 수익성 강화에 더욱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플랫폼 사업의 경우 혁신적인 서비스 등장에 따라 이용자들이 늘어나면서 이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이 갖춰지는 게 일반적이다.

검색으로 시작한 구글, SNS로 시작한 페이스북 등이 모두 처음부터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했던 것은 아니었다는 점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실제로 O2O 사업자들 가운데 가입자 확보를 통해 획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테스트해보고 싶지만, 수익성에 대한 압박 때문에 이를 실현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수익성 강화를 위해 서비스 혁신보다 중개수수료에 더 집착하게 된다면, 기존의 오프라인 중개사업자들과 차이점을 갖기도 힘들다.

O2O 사업자들이 혁신적인 비즈니스를 통해 기존 오프라인 사업을 개혁하기보다는 기존 중개업체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사업을 하는 것이다.

미국 시민단체인 전미고용법프로젝트의 레베카 스미스 부국장은 “O2O 기업들이 온라인 거래를 통해 혁신적인 모습을 하고는 있지만, 본질은 일용직 노동자의 중개와 별반 다르지 않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렇듯 O2O 서비스가 매체만 바꾼 중개서비스 역할을 하게 된다면,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치의 체감이 적을 뿐 아니라 기존 오프라인 중개사업자들의 반발을 사게 될 가능성도 크다. 이는 결국 서비스의 차별화보다는 가격 경쟁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O2O 서비스가 활성화된 국가 가운데 하나인 중국의 경우, 이러한 지나친 가격 경쟁으로 이미 스타트업들이 폐업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O2O가 주로 편의성에 초점 맞춘 반편, 중국의 O2O는 저렴한 가격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세차서비스를 제공하는 카8(Car8)의 경우 일반적으로 30위안 정도하는 세차비를 10위안으로 낮추면서 인기를 끌었지만 결국 폐업에 이르게 된 것이다.

기존의 오프라인 중개서비스와 차별화되지 못한 서비스를 가격만 낮추어 판매하게 된다면, 결국 O2O가 갖는 잠재력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즉 창의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수많은 오프라인 서비스들이 O2O로 연결되지 못하고, 이를 사업화하려던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사라지는 안타까운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우버와의 차별화 시도
 
과거 몇 년 동안 이어졌던 스타트업들의 우버 모델 확장(Uberfication) 분위기는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가 지난 몇 년과 같이 수월하게 이루어지기는 어려운 상황인 만큼, 신규사업자들이 활발히 진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O2O 사업은 투자가 활성화됐던 시기보다는 제한된 영역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밸리의 벤처투자자들은 이미 모든 오프라인 서비스를 우버화(Uber for X)시키는 것에는 회의적인 입장이며,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즈, 파이낸셜타임즈 등의 유력지들도 모든 영역의 우버화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를 싣고 있다.

이에 따라 스타트업들도 무분별한 우버 모델의 차용보다는 우버와의 차별점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했던 Zirx의 경우 수익성과 성장성을 강화하고자 B2C 대상의 서비스를 과감히 종료하고, 기업 대상의 B2B 서비스만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서비스에 필요한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확실한 매출원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B2C 서비스는 유지하지만 제공하는 서비스, 즉 공급자 측면의 차별화를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특정 기술을 소유하고 있거나 고객이 원하는 세부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들 중심으로 인력 중개를 하는 썸택(Thumbtack)이 이에 해당한다.

일반인들이 공급자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조건을 갖춘 사람들이 공급자가 되는 만큼, 서비스의 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이에 따라 썸택은 현재까지 약 2억 7,000만 달러를 투자 받았으며, 기업가치는 13억 달러로 평가 받는 등 시장에 안착해 나아가는 모습이다.

썸택은 우버와는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요구 사항이 공급자에게 전달되면, 공급자들이 이에 맞게 견적을 제공하는 역경매 방식을 취한다.

공급자는 견적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입찰금 형식의 비용을 썸택에 내게 되는 것이다.

좀더 정확히는 썸택으로부터 사전에 구매한 크래딧을 견적 제공시에 차감하는 방식이다. 만약 소비자가 견적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크레딧은 다시 환불받을 수 있다.

소비자 측면에서는 검색 조건을 상세히 설정함으로써 구미에 맞는 공급자를 빠르게 검색할 수 있고, 공급자 역시 원하는 서비스 제공 환경이나 제공 범위를 분명히 함으로써 원하지 않는 상황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최근 O2O 스타트업들이 우버 모델과 달리 시도하는 방법 중 하나는 코스트코와 같은 멤버십을 통해 가입비(Subscription Fee)를 받는 것이다.

배달 전문 O2O 사업자인 포스트메이츠(Postmates)는 월 9.99달러의 플러스 언리미티드(Plus Unlimited)라는 멤버십을 최근 도입했다.

이 멤버십에 가입한 사람들의 경우 30달러 이상 주문 시 2.99달러나 3.99달러 정도 소요되는 배송비를 감면받을 수 있다.

또한 셰프를 직접 연결하여 음식을 배송해주는 사업자인 먼처리(Munchery)의 경우 월 8.5달러나, 연 85달러의 멤버십을 제공하는데, 이 멤버십에 가입한 회원들은 요금의 20%를 할인 받는다.

[LG경제연구원장재현/이은복연구원, 정리=채희정기자 sincerebiztribune@biz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