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나는 이 영화에 관심도 없었고 당연히 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관심을 갖게 된 건 영화평 한 줄 때문이었습니다.
극장 개봉 전에 하는 언론시사회가 끝나고 한 중견 평론가는 영화 잡지 《씨네21》에 별점 한 개 반을 주고는 이렇게 썼습니다. “여기가 그렇게 만만해 보였을까”
문제 영화는 개그맨 박성광이 연출한 첫 상업영화 《웅남이》입니다.
혹평 때문인지 찾아보니 영화는 오늘이 개봉 열흘째인데 누적 관객 수 20만을 겨우 넘겼습니다. 흥행에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숫자입니다.
평론가는 당연히 작품에 대한 자기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그게 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의 한 줄 평에서는 작품이 아니라 뭔가 다른 기운과 분위기가 느껴져 아무 상관없는 나까지 기분이 나빴습니다.
개그맨이라는 감독의 본업과 ‘여기’로 지칭한 영화계를 ‘급’이 다른 영역인 양 선을 긋고 이방인(?)의 도전 자체를 조롱하는 뉘앙스로 느껴졌습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었던지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평론가를 향해 ‘텃세와 무례’ ‘개그맨을 얕잡아보는 영화계 구악’ ‘이런 선민의식을 가진 사람이야말로 영화계 퇴출 대상’ 같은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출신학교와 직업, 성별, 배경 등에 따른 차별과 배제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며 살아온 대중들이 박성광 감독에게 감정이입하며 분노가 촉발된 것 같습니다.
사실 《웅남이》는 박성광의 첫 영화가 아닙니다. 그는 2011년 《욕》을 시작으로 2017년과 2020년에 각각 한 편 등 세 편의 단편영화를 제작한 전력이 있습니다.
대학(동아방송예술대 영화예술학과)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 나름의 필모를 차근차근 쌓았지만 상업영화의 문턱은 높았습니다.
대부분 제작사와 투자자가 감독이 개그맨이면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의 면전에서 ‘연출만 다른 사람에게 맡기면 안 되겠느냐’고 말한 투자자도 있었다고 박성광은 밝혔습니다.
그는 평론가의 비판을 의식한 듯, 한 방송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끝이 아니라 과정이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누군가의 인생영화가 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하는 걸 본 적 있습니다.
박성광의 영화가 계속될지는 모를 일입니다. 도전이 멈춘다고 하더라도 그건 그가 개그맨 출신이기 때문이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누구라도 편견 때문에 기회를 갖지 못하거나 기회를 잃게 된다면 이는 결국 사회적 손실이기 때문입니다.
논란이 커지자 그 평론가는 결국 사과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개그맨을 하대할 이유가 없다.
스스로 되돌아보자는 뜻이었는데 만듦새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거였는데 개그맨에 대한 선민의식이 있다고 해석한다면 슬픈 일이다.”
아무리 봐도 사과의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데 나만 그런 건가요? 더구나 글을 도구로 다루는 평론가가 쓴 문장인데 뭔가 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