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유령주식 사태’ 없을 것...거래소 주문사고 직접 취소한다
제2의 ‘유령주식 사태’ 없을 것...거래소 주문사고 직접 취소한다
  • 김수향
  • 승인 2019.01.2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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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김수향 기자] 앞으로 대량 주문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거래소 직권으로 전면 무효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한국거래소는 올해 직권거래취소제도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일어난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24일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19년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라성채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주식시장부 부장은 “한맥증권, 삼성증권 사건을 통해 본 착오주문과 업무실수는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즉각적이고, 나아가 우리 증시의 신뢰도를 저해한다”며 “시장충격에 대비하고 시장안정성을 확보하고자 위험관리 제도 도입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2013년 한맥증권은 지수옵션시장에서 대규모 주문실수를 했다. 코스피200 12월물 옵션을 주문하면서 시장 가격보다 현저히 낮거나 높은 가격에 매물을 쏟아냈다. 당시 주문 실수 대부분이 외국인 위탁거래였다. 이후 거래소가 571억가량 긴급유동성공급을 했지만 결국 거래 상대방과 합의를 이루지 못해 462억원의 손실을 입고 파산한 바 있다.
 
삼성증권도 지난해 112조를 배당하는 실수를 저질러 영업정지 6개월과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특히 삼성증권의 배당실수는 지난해 우리 증시의 신뢰도를 크게 떨어트렸다. ‘없는 주식을 팔 수 있다’는 증권시장의 허점이 그대로 노출됐다.
 
라 부장은 “아직 직권거래취소제도 초안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의견과 공감대 형성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초안 작업 이후 요건과 세부사항을 만들고, 공청회를 통해 업계 투자자, 언론 등의 의견수렴을 거치는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초안은 빠르면 이번 1분기 안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권오현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는 이 제도에 대해 “법리 해석과 관련, 검토해야 할 게 아직 많이 남았다”며 “만일 거래사고가 발생하면 사고 이후 거래가 이루어진 시간을 단위로 일괄 취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한국 거래소는 15년만에 매매거래정지 단축도 추진한다. 현재 주요사항공시 등이 발생한 경우 거래가 30분간 정지되는데, 기업의 중요정보가 투자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시간제한을 둔 것이다. 정보전달 속도가 빨라진 환경을 고려해 10분에서 15분정도로 단축된다. 2005년에 매매거래정지 시간이 1시간에서 30분으로 단축된 이후 처음이다. 거래소는 앞으로 시장참가자가 리스크를 인지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매매방식변경 등이 적용될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 밖에도 시장 인프라 혁신을 위해 ▲공매도 잔고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Repo제도 개선 ▲ETF·ETN 관리제도 개편 등을 함께 추진한다.
 

 

올해 자본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방안으로는 대규모 상장 활성화를 꼽았다. 지난해는 대형 공모기업의 공모 철회 또는 연기로 공급규모가 기존 4조원대였던 공모시장이 9000억으로 급격히 줄어든 바 있다. 거래소는 상장 활성화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 대기업, 공모리츠 등 IPO추진이 활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군을 발굴하고 단독요건을 도입하여 상장요건을 개선한다.
 
단독요건이 도입되면 과거에 적자가 발생했더라도 성장 가능성만 충분하다면 상장이 가능해진다. 연구개발 및 대규모 시설투자로 인해 이익실현에 시간이 필요한 기업도 유가증권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박승배 유가증권시장본부 상장관리 부장은 “성장잠재력을 고려한다는 것이 코스닥 상장시장과의 경쟁을 의미하지만은 않는다”며 “유가증권시장은 기업 규모나 매출 등을 따지기 때문에 코스닥과 서로 추구하는 시장이 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이외에도 ▲ESG투자 활성화 및 투자자보호 강화 ▲글로벌 투자정보 제공 채널 강화 ▲블록체인 등 미래성장 동력 육성 등을 올해 중점 과제로 선정하고 추진할 계획이다.
 
이은태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은 “2019년 사업계획은 시장이 가진 펀더멘탈에 집중했다. 계획 달성을 통해 좀 더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글로벌 경쟁우위에 있는 선진적인 시장이 되어 우량상품 중심의 증권시장을 구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