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 CJ CGV 대표 "국내 영화산업 위기다"
서정 CJ CGV 대표 "국내 영화산업 위기다"
  • 승인 2017.12.0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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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수 지속 감소하며 영화산업 전반 위기감…돌파구는 '해외시장 개척'으로
▲ 서정 CJ CGV 대표 l 사진=김려흔기자
 
[비즈트리뷴] "올해 정부가 바뀌며 희망을 품게돼 영화산업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어두운 한 해였다."

서정 CJ CGV 대표가 영화산업 위기를 거론했다. 구체적으로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위기라지만 관객수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현실에서 영화산업 전반의 위기감은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 대표는 현재의 위기를 해외시장 개척에서 찾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서 대표는  지난 6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2017 영화시장 결산 및 2018년 트렌드 전망'을 주제로 열린 ‘2017 송년 CGV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3년 내내 메르스나 세월호, 촛불정국과 같은 돌발변수로 국민들이 영황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어려운 시기가 계속됐다"며 "올해도 군함도나 남한산성과 같은 좋은 영화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천만 영화는 택시운전사 하나뿐이었다"고 회고했다. 특히 인건비나 원가는 올라가는데 효율을 나타내는 스크린당 관객수는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어 극장으로써는 위기라는 게 서 대표의 평가다. 

▲ 서정 대표가 2017년 영화 박스오피스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l 사진= 김려흔기자
 
서 대표는 이같은 극장 위기를 가져온 근본적 원인으로 '고령화'와 '다양해진 미디어'를 꼽았다.

그는 "영화에 대한 젊은 사람들을 포함해서 선호도가 바뀌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다"며 "영화가 과거에 비해서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튜브나 아프리카TV와 같은 '1인 미디어'도 다양해져서 영화가 첫번째로 꼽히던 여가부분 1위에서 밀리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실상 1인 미디어의 등장이후로 흥행의 키워드가 먹방이나 여행, 또는 라이프에 관심이 늘어나 영화 관람은 뒷전으로 미뤄졌다는 것이다.

돌발변수로 언급한 사회적 문제로 인해 개봉전 기대작보다는 다큐성 영화가 예상치 못하게 흥행하는 경우도 있다. 서 대표는 "이제는 무엇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CJ CGV는 영화계와의 상생 및 소통 노력은 계속할 것"이라며, ▲효율적 스크린 편성 ▲다양한 고객 마케팅 활동 ▲아트하우스관 운영 확대 ▲복합문화공간 조성과 같은 체험 등에도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서 대표는 "국내 영화 시장은 내년에 돌파구 마련이 절실하다"면서 "우리 영화의 미래가 글로벌 시장에 있다고 본다. 국내 영화계가 머리를 맞대고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해외시장 개척의지를 높였다. 

▲ 이승원 CJ CGV 리서치센터장이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l 사진=김려흔기자

이날 이승원 CJ CGV 리서치센터장이 맡은 최근 5년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관객의 패턴 변화와 트랜드 관련 문제에 대해 짚어보는 시간도 이어졌다.   

이 센터장은 "(영화) 관람도 관람이지만 인지가 떨어진다는 자체가 문제라는 생각을 한다"며 "역설적으로 100만,200만 사이즈의 영화가 늘어나면서 허리가 두터워진 것처럼 보이지만 더 커질 수 있는 영화들이 크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 센터장은 "평점 테러나 한국 영화의 관객수 감소 뿐만 아니라 메인 고객층이 떠나는 것도 문제"라며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인구변화 ▲여가활동 ▲20대의 영화 인식"이라고 판단했다.

실제 CGV 리서치센터 분석에 따르면 올해 300만 이상 관객이 든 영화가 예년에 비해 줄어들고, 200만 명대 영화가 대폭 늘었다. 이러한 현상은 개봉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이 떨어지면서 이슈화에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또한 1만 명 이상 관객을 동원한 영화 편수는 2013년 282편에서 2017년 370편으로 증가했다.(12월까지 예상치 포함) 1만 명 이상 관람 영화가 같은 기간 매주 5.22편에서 6.85편으로 급증한 것이다. 이에 따라 박스오피스 1위 유지 기간과 최종 관객수의 70%에 도달하는 기간 역시 점점 짧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1월까지 1주일 동안만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영화 수는 22편으로, 2013년 9편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그만큼 흥행 1위 영화가 자주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최종 관객수의 70%에 도달하는 기간 역시 2013년 8.5일에서 2017년 6.8일로 줄어들었다. 이는 영화 흥행이 점차 단기간에 판가름된다는 의미이며, 영화 마케팅에도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소로 꼽힌다.

이 센터장은 이에 대해 “개봉영화의 수명이 짧아지고 있는 것은 관객들이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SNS 활동이 의도치 않는 바이럴을 형성하고, 평점 의존 경향을 확산시켜 영화 흥행에는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며 “특히 올해 일부 한국영화들이 의도치 않은 바이럴에 휘말리며 흥행에 실패하는 사례가 속속 나타났는데, 향후 개봉 영화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 김려흔 기자 eerh9@biztribun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