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 SK그룹-①] 중대한 의사결정 신속하게…집단경영 정착
[질주 SK그룹-①] 중대한 의사결정 신속하게…집단경영 정착
  • 승인 2017.12.0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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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큰 그림' 수펙스추구협의회서 완성…거대한 문제엔 집단지성으로 대응
[비즈트리뷴] SK그룹이 질주하고 있다. 각 사업뿐만아니라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그룹으로의 행보에도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경영보폭을 넓히면서 '뉴SK'의 비전을 제시한 이후 과감한 투자와 도전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최 회장의 강조점인 '딥 체인지'의 성과가 서서히 빛을 내기 시작한 셈이다. 중심엔 SK만의 경영문화인 '수펙스추구협의회'가 있다. 집단 협의체를 통해 중대한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창사이래 첫 총수 공백 사태를 맞아 장기비전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현대차는 중국의 사드(고고미사일방어체계) 경제보복, 통상임금 이슈, 글로벌 판매부진이 맞물려 수난을 겪고 있다. 뉴롯데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롯데 역시 총수일가의 경영비리 재판으로 고전 중이다.

이런 가운데 SK그룹은 불확실성을 차츰 걷어내면서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지난 7일 앞으로의 농사를 위한 인사와 조직개편을 마무리하면서 최 회장의 '딥 체인지' 방향성에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사실 올 한해 국내 재계에서 가장 돋보인 그룹사를 꼽자면 단연 SK다.  최 회장이 중심을 잡으면서 그룹의 각 사업들 개선이 발빠르게 이루어졌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는 새로운 사업구상과 과감한 투자도 눈길을 끌었다.

이런 배경에는 총수의 큰 그림을 실천할 SK만의 집단경영 방식이 주효했다. SK의 '수펙스추구협의회’ 경영이 성공적인 방법으로 안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의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지난 2013년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총수 장기부재의 위기상황에 따른 출범이었지만, 이것이 오히려 성공적인 경영방법으로 자리를 잡게된 셈이다. SK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전 관계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이 경영에 참여하는 그룹 단위 집단 경영체이다.

재계 여러 기업들이 생각하지 못한 이런 경영체가 필요한 이유는 뭘까. 이는 복잡한 경제상황 속에서 하나의 답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지났다는 판단이 가장 큰 이유다. 계열사의 경영행위에 대해서는 자율적인 판단과 책임을 부여하되, 그룹 차원의 전략적 검토가 요구되는 사안들에 대해서는 '별도의 협의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총수의 결단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이나 국내외 경영 불확실성 속에서 복잡하고 거대한 당면 문제를 해결하고 대비하기 위해서는 '집단지성' 필요한 대목. SK는 수펙스협의회로 구성된 그룹의 집단지성이 관계사별로 중복되거나 어려운 일, 비효율적인 일을 서로 논의하면서 해결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협의체의 등장은 최 회장의 뜻이기도 하다. 2012년 당시 CEO 세미나에서 최 회장은 "지주회사와 회장이 단독으로 그룹 경영을 결정할 수 있는 시대는 갔다"며 "새로운 성장동력원을 위해서는 그 분야에 가장 정통한 관계사가 자율 판단하고, 그룹과 전문가들이 종합 검토하는 경영방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런 방침이 협의회 시작의 계기가 된 것이다.

이를 SK에서는 일명 '따로 또 같이 3.0' 체제라고 칭했다. 수펙스협의회에는 현재 7개 위원회(에너지·화학위, ICT위, 글로벌성장위, 커뮤니케이션위, 윤리경영위, 사회공헌위, 인재육성위)가 작동 중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 수펙스협의회 소속 구성원들의 인건비 등 제반 운영비용은 17개 계열사가 매출액 기준으로 분담해 집행한다. 조대식 수펙스협의회 의장이 지난해부터 전진배치되면서 그룹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수펙스추구협의회를 통한 그룹 운영법이 시행 5년차에 접어들면서 내부적으로 안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SK그룹은 지난 7일 그룹 각 계열사 사장단 인사와 더불어, 수펙스추구협의회 분야별 위원장도 변경했다. 에너지∙화학위원장에 유정준 SK E&S사장(현 글로벌성장위원장), ICT위원장에 박정호 SK텔레콤 사장(현 커뮤니케이션위원장), 글로벌성장위원장에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현 ICT위원장), 커뮤니케이션위원장에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현 에너지∙화학위원장)을 각각 보임했다. 7명 위원장 중 4명의 롤이 바뀐 것이다.

사장단 인사는 최소화하되, 협의회 위원장 이동으로 각 위원회의 변화를 주기위한 조치라고 그룹측은 설명했다. 수펙스협의회가 소수정예화되면서 신사업 발굴과 지원을 위한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지고 실행력도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 이연춘 기자 lyc@biztribun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