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영풍그룹 '서린상사' 경영권 분리시도... 임시총회 잇따라 무산
고려아연, 영풍그룹 '서린상사' 경영권 분리시도... 임시총회 잇따라 무산
  • 정유현 기자
  • 승인 2024.03.2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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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과 영풍이 공동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서린상사에서 최근 두 차례 임시 이사회 개최가 무산되며 양측의 경영권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최근 두 차례에 걸친 임시 총회가 무산되자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서린상사의 임시 총회 소집 신청서를 제출했다. 

영풍그룹 계열사인 서린상사는 영풍과 고려아연의 제품을 받아 해외로 수출하는 상사로, 고려아연 측이 지분의 66.7%를, 영풍 측이 33.3%를 보유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지분율 측면에서 우위에 있으나, 영풍 3세인 장세환 대표 등 '장 씨' 일가가 경영을 담당하고 있다. 

서린상사 이사회는 고려아연 측 이사 4명(최창걸·최창근 고려아연 명예회장, 노진수 고려아연 부회장, 이승호 고려아연 부사장)과 영풍 측 이사 3명(장형진 영풍 고문, 장세환·류해평 서린상사 대표) 등 총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서린상사는 당초 14일 임시 주총을 열고 3월 정기 주주총회일자 등을 결의할 예정이었으나 이사 4명의 불참으로 의결정족수(이사회 이사 수 과반인 4명)를 채우지 못해 무산됐다. 이어 27일에 다시 한 번 임시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이번에도 같은 이유로 무산됐다. 

임시 총회가 연달아 무산된 것은 임시 총회의 목적이 '고려아연의 신규 이사 선임'에 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서린상사의 정기 주주총회에 앞서 임시 총회를 통해 고려아연 측 이사 4명(최민석·백순흠·김영규·이수환)을 추가로 선임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안건이 통과되면 서린상사 이사회는 고려아연 측 이사가 8명, 영풍 측 이사가 3명으로 구성돼,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다. 이 경우 고려아연 측이 단독으로 이사회를 개최하는 것도 가능하다. 

영풍 측은 양측의 암묵적 합의를 깨고 일방적으로 이사회를 장악하려는 시도는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임시 총회 소집에 불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초 영풍과 고려아연은 서린상사를 인적분할하기로 합의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었는데 고려아연 측이 인적분할건을 돌연 중단하고 일방적으로 이사회를 장악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반면 고려아연 측에서는 서린상사의 실적 악화 등을 고려할 때 경영권 분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서린상사는 지난해 매출 3293억원, 영업이익 17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2.2%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40% 이상 줄었다. 

영풍과 고려아연은 1949년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운 영풍기업사를 모태로 하며 70년 이상 동업관계를 유지해왔다. 현재 장 씨 가문은 영풍 석포제련소와 전자 계열사를, 최 씨 가문은 고려아연과 기타 비철금속 계열사를 이끌고 있다. 그러나 3세 경영 시기에 이르러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양측은 최근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두고 표대결을 벌인 바 있으며, 지분율 경쟁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두 가문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0% 초반으로 비슷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지난 18~22일 4차례에 걸쳐 고려아연 주식 1만4324주를 장내 매수하며 지분율을 1.82%로 끌어올렸다.

한편 12월 결산법인에 속하는 서린상사는 이달 내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야 하는데, 고려아연과 영풍 간 갈등으로 정기 총회까지 무산되게 됐다. 고려아연 측은 주주총회를 정상적으로 개최하기 위한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