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의 투자실패... 'SM엔터 주가조작 의혹' 사모펀드 손실 논란
고려아연의 투자실패... 'SM엔터 주가조작 의혹' 사모펀드 손실 논란
  • 정유현 기자
  • 승인 2024.03.1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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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바나 1호 청산하며 SM엔터 주식 손실 70억 등 총 165억 원 손실 추정
- 배당금 축소, 무제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노리는 회사는 ‘수상한’ 펀드투자로 거액 손실

주주총회에서 배당금 축소와 제3자 유상증자 관련 정관 개정을 시도하고 있는 고려아연㈜이 지난해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사모펀드에 투자하면서 100억원 대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아연이 투자한 다수의 펀드도 수십 억~수백 억 원대의 손실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고려아연은 올해 주총에서 “과도한 배당은 회사의 건전성 및 미래 성장을 저해한다”며 전기 보다 5,000원 감소한 1주당 5,000원의 결산 배당 안건을 상정했는데, 정작 회사의 본업과는 무관한 사모펀드에 깜깜이 투자를 하고, 투자금마저 손실을 입고 있어 자신들의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전자공시시스템(DART)의 2023년도 고려아연 사업보고서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이 사모펀드(PEF)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를 통해 투자한 ‘하바나 1호’ PEF를 돌연 청산하면서 약 165억 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2월 투자금 운용 차원에서 하바나 1호에 1,016억 원을 출자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지난해 말 하바나 1호가 청산되면서 520억 원을 환급받고, SM엔터 주식의 약 2%인 440,640주(취득액 401억 원)을 현물로 받았다.

하바나 1호는 지난해 카카오의 SM엔터 주가 조작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주가 시세조종에 동원된 것으로 알려진 PEF다. 당시 하이브의 SM엔터 주식 공개 매수 당시 원아시아파트너스가 하바나 1호를 포함해 다수의 PEF를 동원해 SM엔터 주식 2.9%를 사들이며 고가 매수 등 시세 조종성 매매를 실행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고려아연이 지난해 말 하바나 1호의 청산 과정에서 받은 SM엔터 주식 440,640주의 현재 시장가치는 약 331억 원이다. 고려아연이 해당 주식 인수 당시의 취득액인 401억 원(1주당 9만1,000원)과 비교하면 약 70억 원의 손실을 입은 것이다. 여기에 더해 고려아연은 지난해 하바나 1호 청산 과정에서 95억 원의 투자 손실(손상차손처리)이 생겼다고 공시했다. 결과적으로 SM엔터 주식 가치 70억 원 손상에 투자 손실 95억 원을 더해 총 165억 원 상당의 손실을 입은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고려아연이 원아시아파트너스를 통해 투자한 저스티스 제1호, 탠저린 제1호, 등 다수의 펀드가 지난해 줄줄이 청산되면서 각 펀드마다 수십 억~수백 억 원의 투자 손실을 입었고, 이 과정에서 한진그룹의 계열사인 정석시업 지분 12%, 여행플랫폼 업체인 타이드스퀘어 지분 22%도 떠안게 됐다.

고려아연은 원아시아파트너스의 PEF에 수천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6월 기준 이들 펀드에 대한 고려아연의 장부가액만 약 5,000억 원에 달했다. 하바나 1호를 비롯해 원아시아파트너스 운용 PEF가 지난해 카카오의 SM엔터 주식 시세조종 사건에 동원된 정황이 나오면서 구설에 오르자 이들 PEF를 급히 청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려아연은 올해 주총에서 배당금을 축소하고, ‘경영상 필요시 외국의 합작법인’에만 제3자 배정 유상증자(신주 발행)을 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정관 규정을 삭제하려 해 최대주주인 ㈜영풍과 갈등을 빚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번 기에 1주당 5,000원의 결산 배당 주총 안건으로 상정했는데, 지난해 중간 배당을 포함하면 2023년도 1주당 배당금은 총 1만5,000원이다. 이는 지난해 1주당 2만원을 배당한 것에 비해 5,000원 줄어든 것이다.

또한 고려아연은 2022년부터 신사업 추진 및 자금 확보를 이유로 한화 및 현대차의 해외 계열사에 각각 5%씩 총 10%의 지분을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넘기고, 한화와 LG화학 등에 자사주를 맞교환 또는 매각하는 방식으로 총 6%의 지분을 넘겨 총 16%의 지분가치 희석을 일으켜 기존 주주들의 주주권을 침해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회사의 성장을 해친다는 이유로 배당금은 줄이고, 신사업 투자를 이유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으로 지분가치를 희석해놓고 정작 사업과 무관한 PEF에 수천억 원을 투자하고 막대한 손실을 낸 것은 앞뒤가 맞지 않은 행동”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