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다이어리] AI 시대, 뭣이 중헌디?
[생각다이어리] AI 시대, 뭣이 중헌디?
  • 신형범 칼럼리스트
  • 승인 2023.05.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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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성능을 강화한 AI(인공지능)이 세상에 등장하면서 회계사 변호사 기자 작가 등 다양한 직업이 대체되거나 사라질 거라는 예측이 점점 힘을 얻고 있습니다. 물론 이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들 논리의 근거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TV가 등장했을 때 영화관은 이제 끝났다고 했지만 이후 영화산업은 더 크게 발전했다.
‘19세기 사진기가 나왔을 때 화가들 역시 회화의 시대는 갔다고 했다.
그러나 똑같이 그리는 게 최고인 회화는 ‘재현’에서 ‘표현’으로 넘어갔다. 이후 인상파 야수파 입체파 등 다양한 심상의 표현이 나타나며 미술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같은 과거 사례를 반론의 증거로 제시합니다. 그러나 이런 구체적인 사례들도 불안에 떠는 직업군의 사람들에겐 위로가 되지 않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많은 전문가들은 문제는 AI와의 경쟁이 아니라 누가 그것을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합니다.
인간이 말과 달려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말 위에 올라타는 것처럼 인공지능을 컨트롤하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

내가 볼 때 AI의 핵심은 질문입니다. 질문의 밀도와 창의성이 좋은 답변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결국 좋은 질문이 제일 중요합니다.소 뒷걸음치다 쥐 잡듯 생각지도 못한 좋은 답을 얻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얻으려면 묻는 사람이 많은 걸 알고 있어야 하고 생각하고 공부해야 합니다.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 답의 질과 수준이 다르게 생성됩니다.
AI가 내놓는 답의 수준이 날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실수도 줄어들겠지만 잘못된 대답을 하는 경우도 여전히 많습니다. 
스스로 검색하거나 출처를 확인하지 않으면 정보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뜬다고 합니다. AI와 자연어로 대화하면서 가장 최적의 답을 찾아주는 전문가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암기 위주의 교육방식으로 정답을 빨리 찾는 사람을 인재라고 생각하고 평가했고 그런 교육과 평가방식을 유지했습니다.
제한된 시간에 정답을 잘 찾아내는 걸 목표로 인재를 길러온 것이지요. 그런데 그걸 마치 사람처럼 잘하는 AI가 등장한 것입니다. ​

AI를 바라보는 교육계의 우려는 숙제 대필이나 표절이 문제의 핵심이 아닙니다.
경직된 교육방식과 평가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의미합니다. 정답은 이미 AI가 더 잘 찾습니다. 정답을 가르쳐주는 것도 AI가 더 잘할 수 있습니다. ​

이제 사람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기계가 많은 사람 일을 대체할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사람의 손길을 그리워하며 핸드메이드 제품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지도 모릅니다.
모든 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더 중요한 건 역설적으로 무엇이 변하지 않는가일 수 있습니다. 형태는 바뀌어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 법이거든요.

신형범 칼럼리스트
신형범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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