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다이어리] 챗GPT의 미래
[생각다이어리] 챗GPT의 미래
  • 신형범 칼럼리스트
  • 승인 2023.02.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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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지진 같은 사건 사고를 제외하면 지금 세상에서 가장 핫한 뉴스는 ‘챗GPT’일 것입니다.
챗GPT는 개발사인 ‘Open AI’가 작년 12월 공개한 대화형 인공지능(AI) 챗봇입니다.
공개한 지 두 달만에 사용자가 1억 명을 넘어설 정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현재 무료로 제공하는 데이터는 2021년 이전으로 한정된 버전임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간단한 테스트를 해 본 결과는 놀라움을 넘어 섬뜩하기까지 합니다. 

AI가 인간생활에 깊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측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지만 내 경험으로는 일상에서 구체적으로 처음 충격을 줬던 사건은 ‘알파고’입니다.
알파고는 구글 딥마인드가 만든 바둑 프로그램입니다.
2016년 바둑프로그램 알파고와 세계 최정상급 이세돌 9단과의 대결은 그 때까지도 AI의 ‘생각하는 능력’에 대해 반신반의하던 사람들의 의구심을 확실하게 없애 주었습니다. 그 후 AI 바둑프로그램을 이길 수 있는 인간은 더 이상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게 됐습니다. ​

그리고 알파고 이후 막강한 두 번째 ‘AI 파도’가 밀려온 것입니다. 알파고와 챗GPT의 두드러진 특징을 비교해 보면,알파고는 사전 지식이나 인간의 입력 없이 스스로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에 의해 바둑을 둡니다.
고도로 훈련된 인간을 뛰어넘어 기계학습 알고리즘이 복잡한 영역에서 극한의 높은 수준으로 가볍게 인간을 제압했습니다. ​

바둑 룰 안에서 ‘이기는 것’만을 목적으로 기보 없이 독학으로 3천만 판을 불과 40시간 만에 익힌 알파고는 AI가 아무 데이터 없이 강화학습만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입증한 것입니다. ​

반면 챗GPT는 전통적 의미의 강화학습을 실행하지 않습니다.
인터넷에서 취득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훈련됐기(generated) 때문에 광범위한 정보와 지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데이터를 이용해 강화학습과 비슷한 방식으로 응답을 생성합니다. 어떤 질문이든 순식간에 조리 있고 그럴듯한 답변을 내놓습니다. ​

사람들은 월 20달러를 내고 뛰어난 문장 생성기를 보유한 셈입니다.
하지만 신뢰할 수 없는 답변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과 다른 내용도 있고 설득력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출처와 근거는 제시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성능 좋은 ‘거짓말 제조기’와 비슷합니다. ​

문제는 챗GPT가 뛰어난 언어능력을 갖추고 그럴듯한 정보를 만들어내는 데 비해 이를 판별하고 사용해야 하는 인간의 문해력은 걱정스러운 수준이라는 점입니다.
챗GPT가 인간에게 ‘신과 같은’ 존재가 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사용하는 사람들이 챗GPT를 어떻게 인식하는가에,그리고 AI테크놀러지가 어떻게 발전하고 진화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결국 사람에게 달렸다는 뜻입니다. ​

어쨌든 챗GPT는 놀라운 속도로 진화할 것입니다. AI는 잠도 안 자고 체력은 무한대입니다.
인간이 바둑 3천만 판을 두려면 하루 10판씩 거의 1만 년을 둬야 합니다. AI는 40시간이면 족합니다.
챗GPT 같은 AI들이 계속 진화해 드디어 정답만 말하게 되고 사람들은 그것만 굳게 믿는 세상을 상상하면 등골이 오싹해집니다.
세상에 정답이 없어도 문제지만 정답만 존재해도 문제입니다.

신형범 칼럼리스트
신형범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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