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다이어리] 비혼축의금
[생각다이어리] 비혼축의금
  • 신형범 칼럼리스트
  • 승인 2022.12.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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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친구 둘이 있는데 둘 다 비혼주의자입니다.
하지만 결혼축의금에 대한 둘의 입장은 차이가 있습니다. 

​친구A  “나는 결혼하지 않을 거니까 축의금을 안 내겠다. 결혼식에 참석은 하되 밥은 먹지 않겠다.” 

친구B  “친구들이 결혼할 때마다 꼬박꼬박 축의금을 내왔다. 내가 비혼을 선언하면 친구들도 똑같이 나한테 축의금을 줘야 한다.” 

방식은 다르지만 친구라도 서로 주고받는 게 공평해야 관계도 오래 잘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물론 아예 생각이 다른 친구도 있습니다. “순수하게 축하하는 마음으로 축의금을 내는 거지 나중에 돌려받기 위해 그런 건 아니다”라는결혼축의금을 두고 요즘 온라인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논쟁거리입니다.

기성세대는 웬 뚱딴지 같은 얘기냐고 하겠지만 ‘공정’을 민감하고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MZ세대는 정색하는 문제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어른세대도 주변에 경조사가 생기면 ‘그 사람이 나한테 얼마를 했나’를 따져 액수를 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MZ세대가 훨씬 솔직하고 당당해 보입니다. 

어쨌든 결혼에 대한 청년들의 생각이 달라지다 보니 이런 일이 생겼습니다.
올 해 통계청 조사를 보면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 또는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여성은 22%, 남성은 37%밖에 안 됩니다.
결혼이 필수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청년들이 훨씬 많다는 얘기입니다. ​

장점은 별로 없고 돈만 많이 든다는 게 결혼에 대해 MZ세대가 갖는 생각입니다.
외국도 결혼하지 않고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는 시빌 파트너십(Civil Partnership)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시빌 파트너십은 재산소유, 자녀양육, 상속 등은 결혼과 똑 같은 권리와 의무를 갖습니다.
법적으로 인정받지만 결혼제도가 갖고 있는 불평등한 요소들을 없앤 것입니다. ​

급기야 기업도 ‘비혼’을 인정하기 시작했습니다.
뉴스를 봤는데 LG유플러스는 직원이 결혼하면 기본급의 100%, 휴가 5일이 지급되는데 비혼을 선언한 직원에게도 똑같이 축하금과 휴가를 주기로 했다는 겁니다.
형평성을 고려해 축하금을 받고 2년 안에 퇴직하면 페널티를 주고 생각이 바뀌어 결혼할 경우엔 축의금과 휴가는 없다고 합니다. ​

롯데백화점도 40세 이상 결혼 안 한 직원에게 경조금과 휴가를 주는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비혼선언의 날’을 정해 신청한 직원에게 휴가와 축의금을 주는 회사도 있습니다.
이제 기업들도 결혼 안 한 직원을 ‘아직 결혼 못한’ 미혼(未婚)이 아니라 ‘결혼 안 하는 것을 선택한’ 비혼(非婚)으로 인정한 겁니다.
비혼축의금을 어색하게 여길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