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론] 인동초(忍冬草)
[경제시론] 인동초(忍冬草)
  • 김상만 연구원
  • 승인 2023.01.0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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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건은 아직 겨울이나 꽃은 피어날 수 있다

다사다난했다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어려웠던 2022년이 지나고 새해가 밝았다. 통상 힘든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게 되면 뭔가 잘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으로 시작했던 것이 일반적인 경험이었다고 친다면 2023년을 맞은 느낌은 그렇지 않은 쪽에 더 가깝다. 마치 방학숙제를 다하지 못한 상태에서 개학하는 심정이랄까.

그도 그럴 것이 작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신용경색위험은 결과적으로 생각보다 빨리 불길을 잡는데 성공하였다. 그리고 그에 더해 신용스프레드마저 철없는(?) 연말랠리를 시현할 정도로 시장분위기는 안정 이상의 강세를 보이고 있는 중이다. 그렇지만 레고랜드 사태가 우리에게 환기시켜준 부동산관련 금융불균형요인은 아직 진행중에 있기 때문에 마냥 랠리를 누리기에도 녹록치 않은 환경이다.

사실 신용스프레드는 2022년초부터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시장금리상승에 따른 금융비용의 증가가 처음에는 부담요인으로 작용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에 따른 실적 둔화가 기업 펀더멘털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레고랜드 사태를 맞으면서 부정적 여파가 증폭되는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하지만 부동산PF와 관련된 금융불균형 및 리스크요인은 채권시장내 연관고리가 크지는 않다. 직접적인 사업노출도가 있는 건설업 및 관련 대출익스포져가 확대된 비은행금융권에 국한된 성격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이것이 전반적인 부동산경기의 둔화현상과 맞물리면서 경제주체들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으로 작용하고 있는 점은 인정한다손 치더라도 말이다.   

아무튼 지금 시점, 지금 (신용스프레드) 지점에서 고민스러운 점은 레고랜드 사태가 없었어도 부동산PF 또는 부동산경기를 둘러싼 부정적 상황전개가 유사한 강도로 신용채권시장에 추가적인 조정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었겠는가의 여부이다. 그에 대한 판단이 향후 시장대응에 있어서 가장 결정적인 변수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보는 관점에서는 무역적자의 지속 등 거시적인 경영환경 및 기업실적의 저하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보는 관점에서는 시장금리 및 환율하락과 같은 거시적변수의 안정전환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공사채, 은행채에서 시작된 신용스프레드 강세의 하위영역으로의 확산이 뚜렷해지고 있다. 시장분위기진정에 따른 자신감 회복, 회계연도 변경 등에 따른 기업들의 채권발행재개 또한 이 같은 분위기를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전술한 좌표에 대한 고민으로 인하여 앞으로의 시장주도권은 비초우량물, 그중에서도 수요예측의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회사채가 쥐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여전채는 가격메리트로 인한 갭메우기 차원의 추종은 가능할 것이나 주도적인 흐름을 가져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관련 노이즈가 단시간내에 잠잠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하위등급의 경우 아직은 낙수효과를 기대하기는 시기상조이다. 그리고 하위등급은 민평스프레드가 현실화되어야 나중에 여건이 받쳐줄 때 발행이 원활할 것이다.

한편, 연초 수급부담에 대한 일부 우려가 존재하나 회사채발행이 증가하는 만큼 은행채 조달수요는 감소하는 식의 내부배분이 이루어질 것이고 한전채 또한 지속 발행될 것이나 가격(금리)정상화로 인해 더 이상 구축효과를 예상해서는 안될 것이다.
 

[하나증권, 김상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