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론] 인플레이션의 미학
[경제시론] 인플레이션의 미학
  • 김상만 연구원
  • 승인 2022.12.17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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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인플레, 나쁜 인플레, 이상한(?) 인플레

신용채권시장의 안정세가 시간이 갈수록 완연해지고 있다. 지난주 공사채, 은행채 신용스프레드는 전전주에 이어 강세폭이 확대되었다. 회사채의 경우 강세현상이 대부분 등급 및 만기로 확산되었으며 여전채는 상위등급 및 단기구간의 강세가 이어졌다. 실제적인 투자심리는 지표보다 더더욱 강하게 형성되는 분위기였다.

특히 공사채 신용스프레드의 경우 고점대비 약 21bp(3년 기준)하락하면서 은행채와 갭을 크게 줄였다. 공사채의 강세를 이끈 주역은 다름아닌 한국전력이었다. 최근 한국전력은 민평대비 4~50bp낮은 금리로 발행에 성공하면서 크레딧시장 반등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코로나사태 이후 변화된 경제환경에서 한전은 한국경제의 전반적인 상황을 함축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Proxy로서의 대표성이 이전보다 커진 것으로 보인다.

원가부담이 상승한 데 따른 구조적인 마진의 저하가능성(기업부문), 취약한 재무적 버퍼(가계부문),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지원여력을 바탕으로 한 유동성 및 신용리스크의 제어가 가능한 점 등이 대표적인 유사징후로 볼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지난 주말 한전의 채권발행 한도증액이 무산된 점은 흥미롭다. 애당초 한도증액은 근본적인 문제해결방안이 되지 못한다는 점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 어느 주체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지에 대해 용감하게 나서지 못했던 것이 그간 흘러온 과정이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가장 힘센 권력기관 중 하나인 의회가 바로 그 문제해결의 힌트를 보여주었다는 점이 전주 이벤트의 핵심이다. 정답을 알고 있지만 정답을 말하는 것 조차 부담스러웠던 분위기에서 정답을 외치는 목소리가 새어나온 것이다.

한편 재무적인 측면 자체만 놓고 보더라도 CrediVille은 한도증액 실패가 재무적으로 부정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한도증액 실패가능성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한전의 (빠른) 재무구조 개선가능성은 더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월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이제 본격적인 연말장세로 진입함에 따라 시장지표가 주는 시그널효과는 둔화될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또 다시 내년에 도래할 잠재적인 리스크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대두될 수 있다.

만에 하나 2023년에 시장을 교란시킬 변수는 어떤 것이 있을까? 기업실적 둔화, 유동성 경색, 대외여건불안정, 지정학적 리스크, 내수부진, 부동산경기둔화? 아니면 이 모든 것들의 조합? 그리고 이 같은 불확실한 변수들을 관통하는 공통분모는 무엇일까?

다름 아닌 인플레이션과 그에 상응하는 높은 금리의 지속성 여부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 IMF에서 흥미로운 통계가 발표되었다. 코로나 지원과정에서 2020년 급등했던 글로벌 부채비율(GDP대비)이 2021년에 감소세로 전환(1950년 통계작성 이후 최대폭인 10%)한 것이다. IMF는 하락의 주요인으로 성장률과 물가상승을 꼽고 있다. 이는 인플레이션 환경이 초래하는, 생각지 못했던(?) 긍정적인 부수효과라고 볼 수 있다.

부채의 절대규모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그리고 현 레벨에서 금리상승이 멈춘다고 해도 이자비용증가에 따른 경제주체들의 부담증가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IMF통계에서 나타났듯이 글로벌 경제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나가게 될 것이다.

[하나증권 김상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