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되살아난 관치금융… 역대정권 데자뷔
[기자수첩] 되살아난 관치금융… 역대정권 데자뷔
  • 김민환 기자
  • 승인 2022.11.1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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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게 반론 기회 제공하고 관치금융 행태 답습 말아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ㅣ우리금융그룹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ㅣ우리금융그룹

최근 금융권은 최고경영자(CEO) 교체를 앞둔 격변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받으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개입을 암시하는 발언을 해 관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손태승 회장은 지난 9일 금융위원회로부터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받았다.

지난해 4월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가 문책경고 결정을 내린지 1년 6개월 만이다.

금융위는 이날 정례회의를 열고 우리은행의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등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적발된 위법사항에 대해 우리은행에 사모펀드 신규판매 등 업무 일부정지 3개월과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의결했다. 

금융당국의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주의-주의적 경고-문책 경고-직무 정지-해임 권고' 등 5단계로 나뉘는데, 이 중 문책경고 이상 제재를 받으면 3∼5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된다.

손 회장이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내년 3월까지인 임기는 마칠 수 있지만 연임은 할 수 없다.

다만, 손 회장이 이를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고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해 제재 효력이 무력화되면 연임 도전에 나설 수 있다.

그간 손 회장은 완전민영화 이후 역대급 실적을 거뒀으며 연임에 다소 걸림돌이었던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소송에서 1·2심을 모두 승소하며 법률 리스크를 해소하는 듯했으나 이번 사태로 또 다시 제동이 걸렸다.

금융권 안팎에선 정권교체 이후 처음 맞이하는 금융권 CEO 교체 시기에 이러한 금융당국 결정이 나온만큼 또 다시 관치금융이 되살아났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먼저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정치권 외압에 불을 붙였다.

지난 9일 김 위원장은 손 회장의 제재와 관련해 “국회에서도 관련 내용이 지체된다는 지적이 있어 미뤄둘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치권 입김이 있었음을 사실상 시인한 셈이다.

다음 날인 10일 이복현 금감원장이 정치권 외압설에 대해 “어떠한 외압은 없었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손 회장의 징계 취소 소송 가능성에 대한 질문엔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는 즉 손 회장에게 ‘소송을 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이에 역대 정권교체 당시 늘 있어왔던 관치금융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과거 새 정부 출범 초기마다 금융권의 대대적 물갈이와 낙하산 인사 선임 과정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 이 전 대통령의 고려대학교 동문들이 금융권 핵심 요직을 대거 차지했다.

특히, 어윤대 당시 국가브랜드위원장이 KB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되면서 관치금융의 정점을 찍었다. 박근혜 정부 때엔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출신이,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부금회(부산 출신 금융인 모임)’을 중심으로 관치금융이 이뤄졌다.

이번 사태로 윤석열 정부도 과거의 관치금융을 되풀이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들이 쏟아지고 있다.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정부 부처인 금융위와 그 산하 감독 기관인 금감원 수장들의 이러한 발언은 충분히 ‘윤심’이 반영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역대 모든 정권에서 새 정부 출범 당시 캠프 출신이나 학연, 지연 등으로 정권에 기여한 인물들이 금융권 수장 교체 시기에 등장해 요직을 차지했다. 그 이전엔 금융당국이나 정치권이 기존 경영진에 외압을 행사하는 모습들이 늘상 있어왔다.

이번 사태 역시 역대 정권의 데자뷔같다. 

금융권 수장은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들의 ‘노후 보장’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며, 관치금융은 금융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고질병이다.

금융정책을 총괄하고 감독하는 정부기관인 금융위와 금감원은 신뢰를 얻기 위해 언행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과도한 정부 개입을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은행산업 자율성을 약속했다. 

손 회장이 관치금융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반론 기회를 제공하고, 관치금융 타파를 위해 끊임없이 이어져온 행태를 답습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비즈트리뷴=김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