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론] 김여사와 박사장
[경제시론] 김여사와 박사장
  • 김상만 연구원
  • 승인 2022.09.0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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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사 전성시대의 이면에는 (전에 잘 나갔던) 박사장의 애환이 서려있다.

금융시장이 다시 한바탕 흔들리고 있다. 이른바 잭슨홀 이벤트를 계기로 해서 연준의 매파적 스탠스가 확인됨에 따른 통화긴축발 조정이 진행중이다. 하이일드 중심으로 신용스프레드는 급등세로 전환되었고 변동성지수 또한 상승하였다.

그런데 사실 따지고 보면 기저에 흐르고 있는 경제여건은 그 이전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즉, 인플레이션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사태는 불안한 교착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이 통과되었지만 그것이 당장의 에너지대란을 해소할 수 있는 마법의 방망이가 되기도 힘들다.

한편 그 같은 경제여건과는 별개로 금융시장과 정책당국간의 눈치보기와 시소게임은 지속되고 있다. 지난 자료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경기우려와 통화정상화를 매개로 한 순환모순의 덫에 걸려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는 주도권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번 잭슨홀 이벤트의 진정한 승자(수혜자)가 누구인지를 생각해보면 금융시장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전체 금융시장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고 연준의 사고방식과 대응양태를 꿰뚫어볼 수 있었던 일부 시장참가자들이 진정 승자가 아니었을까 싶다. 잭슨홀 미팅 이전에 시장금리는 이미 상승하였고 위험자산 또한 미리 조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그 같은 생각을 강화시켜준다. 즉, 시장은 연준을 겁박함으로써 연준의 행동을 늦추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결과적으로 기존의 행동을 강화시키는 유인을 제공한 셈이다. 그리고 이제 시장흐름의 재전환 가능성 또한 높아졌다.

연준과 결을 맞추어 한국은행 또한 8월 금통위에서 또 한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였다. 그에 따라 시중 예금 및 대출금리 또한 순차적으로 상향조정될 것이다. 한국은행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7월 금통위 빅스텝 인상 이후 은행 정기예금의 증가속도가 빨라졌다. 한편, 7월 수시입출식 예금은 일부 계절적요인이 작용하긴 했지만 통계작성이후 최대의 감소폭을 기록하였다. 

이 같은 시중금리 상승 과정에서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대다수 기업을 포함한 차입주체는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이 현금흐름을 압박하고 있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시중자금흐름에서 나타나듯이 높아진 예금금리를 향유하기 위한 예금자들이 자리잡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개인직접채권투자 열풍의 이면에는 기업금융비용의 증가가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점은 그 같은 단초를 제공한 것이 시장금리+신용스프레드의 급등이라는 점이다. 즉,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고금리 채권의 제단에는 기업들의 금융비용 증가가 희생물로 바쳐지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누가 수혜자이고 피해자인지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단지 저금리 시대와 반대의 방향으로 부의 이전이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다. 

한편, 예금과 채권투자간의 상대적 금리메리트 측면에서도 이 같은 양상은 재현되고 있다. 최근 정기예금금리 대비 신용채권 금리메리트 발생의 대부분은 시장금리의 상승이 아니라 신용스프레드의 상승에 기인하고 있다.

즉, 현재 고금리 신용채권 현상은 1차적으로 거시경제위험 증대에 따른 시장금리상승 + 2차적으로 개별기업 펀더멘털저하에 따른 신용스프레드 상승의 합작품이다.
 
[하나증권 김상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