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론] 김여사 전성시대와 그 한계
[경제시론] 김여사 전성시대와 그 한계
  • 김상만 연구원
  • 승인 2022.08.1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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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채권시장에는 특이한 순환논리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즉, 인플레이션을 제어하기 위한 긴축적 통화정책의도가 물가뿐만 아니라 경기를 둔화시킴으로써 당초 의도했던 통화정책목표가 무력화되고 그에 따라 다시 물가 및 경기과열우려가 형성되는, 순환모순의 덫에 걸려있다. 즉, 벌써부터 금융시장여건이 완화되면 통화긴축의 허리띠를 다시 졸라매야 하지 않겠냐, 그러면 다시 경기가 둔화되면서.....

아무튼 그런 딜레마 속에 시장금리는 그런데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아직은 높은 인플레이션 부담 및 통화정책 정상화 의지를 거듭 천명하고 있는 연준의 태도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상반기와 같은 금리의 급등세가 멈춘 사실만으로도 채권투자자들에게는 안정적인 여건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해외시장의 경우 신용스프레드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국내시장에로의 우호적 전염에 대한 기대감 또한 크다.

그런 와중에 최근 전개되고 있는 개인투자자 여전채 매수증가 및 단기 신용스프레드의 급락현상은 흥미롭다. 그간 주로 일반회사채에 집중되었던 개인투자자들의 리테일채권 수요가 금리메리트를 매개로 공사채(한전채)에 몰렸다가 다시금 금리메리트를 이유로 여전채에 쏠리고 있는 양상이다. 그런데 막상 흥미로운 포인트는 당초 여전채에 금리메리트가 발생하게 된 배경에 있다. 즉, 7월말까지만 해도 부동산PF문제, 유동성 등에 따른 펀더멘털 우려와 더불어 수급균형이 깨짐으로 인해 급등세를 보인 여전채의 신용스프레드가 결과적으로 여전채에 금리메리트를 부여함으로써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게 된 것이다.

CrediVille 또한 최근 자료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그간 시장에서 제기되었던 여전사들에 대한 우려는 지나친 감이 있었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여전사가 특별히 더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면 이제 와서 여전사가 특별히 더 강세를 보여야 할 이유 또한 없다. 동일등급 회사채 등에 비해 저평가폭이 너무 확대된 데 따른 반작용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지금 여전채 단기물의 강세현상은 단기적인 가격불균형이 가져온 단기 기회를 개인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기관투자자들의 입장에서 취할 수 있는 기회의 폭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그럴 가능성이 높지도 않겠지만 혹시라도 개인투자자들이 장기여전채까지 투자하는 상황이 전개된다고 하여도 결론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과거 대비 기관투자자들의 운신의 폭이 좁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투자자들이 시장흐름을 주도할 정도로 환경의 변화가 있다고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신용사이클의 특징은 일차적으로 시장위험의 확대가 신용스프레드를 밀어올린 이후 금리상승 부담이 기업 펀더멘털에 영향을 미치면서 이차충격으로 다가오는 양상을 띄고 있다. 따라서 신용흐름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매크로변수와 같은 위로부터의 변화가 수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상황이 호전되는 순서 또한 취약영역이 아니라 우량영역에서부터 시작될 것으로 전망한다. 지금은 공사채, 은행채와 같은 초우량물의 움직임에 더욱 관심을 집중해야 하는 시기이다.

[하나증권 김상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