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다이어리] 지하철 단상 -1
[생각다이어리] 지하철 단상 -1
  • 신형범 칼럼리스트
  • 승인 2022.07.11 11: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부터 가급적 출퇴근 시간을 피해 이동할 수 있도록 약속을 잡습니다.
가뜩이나 복잡한 버스나 지하철에 나까지 혼잡을 더할 필요가 있겠나 싶어서입니다.
그래서 내가 지하철을 주로 이용하는 시간에는 어르신 승객들이 많습니다.

어르신들의 굽은 어깨와 깊이 파인 주름, 그리고 한번 말면 오래 가는 나이 든 여자들의 표준인 ‘아줌마 파마’를 보면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이들이 살아낸 삶의 수고와 고단함이 느껴져 한편으로 숙연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그런 어르신들을 보면서 느끼는 대부분의 감정은 이기심과 무례, 교양 없음과 타인에 대한 배려 없음 같은 것들입니다.
‘우측 통행’이라고 아무리 크게 써 붙이고 화살표를 그려 놓아도 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가 봅니다.
누가 법으로 정한 건 아니지만 바쁜 사람을 위해 에스컬레이터 한 쪽을 비워 놓는 국룰(?) 역시 그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규칙입니다.

노쇠하고 떨어진 근력을 생각하면 이해 못할 것도 없지만 그들의 자리 욕심과 이기심 또한 대단합니다.
체면이나 염치는 말할 것도 없고 주변 사람을 둘러보는 여유 따윈 아예 없습니다.
저출산 시대에 임산부를 위해 비워 놓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 사람들도 대부분 이들입니다.

객차 전체를 깜짝 놀라게 하는 휴대폰 벨소리가 크게 들립니다.
이들은 그게 자기 휴대폰에서 나는 소리인 줄 모릅니다.
뒤늦게 자기 휴대폰임을 깨달아도 주머니 이곳 저곳을 찾아보고 가방을 한참 뒤지고 나서야 겨우 벨소리가 멈춥니다.
그렇다고 그게 끝이 아닙니다. 자기가 다니는 교회 권사님 뒷담화부터 어제 막걸리를 몇 통 먹었는지, 안주는 뭐가 좋았는지 같은 얘기를 주변 사람들까지 다 들어야 합니다.

노화로 인해 귀가 어두워 벨소리를 크게 해 놓았다고 이해할 수 있지만 어쩔 수 없게 듣게 되는 통화내용 대부분은 전혀 급하지 않은, 하나마나 한 신변잡기 뿐이고 그런 얘기를 지하철 객차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해야 하는지 그들의 교양 수준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모든 노인들이 그런 건 아닙니다. 소수지만 점잖고 매너를 지키는 어르신도 있긴 있습니다.
하지만 눈에 띄는 대부분의 어른들은 앞에 얘기한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다음 세대에게 본받을 게 없는 그런 어른으로 늙고 싶지 않습니다.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지는 못하더라도 올바르고 절제된 행동과 주변을 둘러볼 줄 아는 여유를 가진, 염치와 배려를 아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