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尹 정부도 피하지 못한 '관치 금융' 논란
[기자수첩] 尹 정부도 피하지 못한 '관치 금융' 논란
  • 황초롱 기자
  • 승인 2022.06.27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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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산업의 자율성 강화를 약속했던 윤석열 정부가 취임 두 달 만에 '관치 금융'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지나친 이익 추구를 비판하자 은행들이 일제히 대출금리를 인하 움직임을 보이면서부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0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금리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고 있지만 금리 상승기에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은행들은 금리를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산정·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 금감원장의 취임 후 은행장들과 첫 회동 자리에서 나온 발언인 만큼 사실상 은행의 과도한 이자 장사를 두고 보지 않겠다는 경고의 메시지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그는 이어 23일 금융연구기관장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은행은 주주의 이익과 공적 기능을 동시에 담당하는 금융기관"이라며, "은행법에 은행의 공공적 기능이 분명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의 수장의 강경 발언이 이어지자 은행들은 대출금리 인하를 앞다퉈 발표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 24일 전세자금대출 우대금리를 0.1%p 확대한 데 이어 내달 1일부터 우대금리를 0.1%p 추가 확대하기로 했다. 앞서 케이뱅크는 고객의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출 금리를 최대 연 0.41%p 낮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은행도 은행채 5년물 기준 고정금리 대출에 적용하던 우대금리(1.3%p)를 기존 은행 자체 신용등급 7등급 이내 고객에서 8~10등급을 추가한 모든 등급에 일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물론 대출금리 인하 행렬을 나쁘다고만 볼 순 없다. 특히 취약계층의 가계 부담을 덜기 위해 어느정도 필요한 방안이라는 점에도 동의한다. 다만 미국의 긴축적 통화정책, 경제 침체 우려에 따른 국채금리 하락 등 불안정한 현 시장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은행이 과도한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는 식의 시선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금융당국 수장의 발언은 그 누구보다 힘이 있다. 그러나 은행도 수익 추구가 중요한 사기업인 만큼 이같은 관치 금융은 금융 선진국으로 향하는 길목의 장애물이 될 수 밖에 없다. 뿌리깊은 관치 금융을 타파하기 위해선 은행권이 자율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도록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분명 어려운 일이지만 금융당국의 수장이란 왕관을 쓴 만큼 보다 나은 행보를 보여주길 바라본다.

[비즈트리뷴=황초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