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다이어리] 아프니까 드는 생각
[생각다이어리] 아프니까 드는 생각
  • 신형범 칼럼리스트
  • 승인 2022.06.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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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허리가 무척 아팠습니다.
무거운 걸 들거나 비정상적인 자세를 취한 것도 아닌데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발생한 증상입니다. 
병원에서도 정확한 원인을 모르고 ‘바이러스성 염증’이라고만 하는데 조금만 움직여도 고통스럽기 그지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드는 생각이 내가 늙었다는 사실입니다.
아직 예순도 되지 않았으니 진짜로 늙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보기에 나는 틀림없이 늙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늙었다는 걸 진심으로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늙었다고 인정하는 최선의 표현은 ‘나이가 더 많다’거나 ‘많아 보인다’ 정도입니다.

특히나 요즘은 돈만 있으면 과학의 힘을 빌려 머리카락을 염색하고 성형수술을 통해 늙었다거나 늙어 보인다는 느낌 없이 오랫동안 지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무릎과 허리 목 같은 신체기관이 신호를 보냅니다.
검버섯도 생깁니다. 몸무게는 늘었는데 키는 2cm 정도 줄었습니다. 몸이 시들어갑니다.

장례식장도 자주 갑니다.
대개는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경우인데 선배나 친구들이 장례식의 주인공인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몇 번 겪어보니까 노화 과정의 최악은 죽은 친구들을 누구로도 대체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매일 6km를 뛰고 현미와 닭가슴살을 주로 먹던 사람도 갑자기 죽습니다.
또 일주일 내내 소주 두세 병씩 마시고 담배는 하루 한 갑 이상 피우던 사람도 죽습니다.
각자가 가지고 태어난 생명의 운이 다하면 모두가 죽습니다.
그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매일 현미와 견과류를 먹든 안 먹든, 신을 믿든 안 믿든 마찬가지입니다. 

신에 대한 믿음이 그나마 마음을 좀 편하게 해주는 유용함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정해진 계획이 있으며 모든 것에 이유가 있다는 생각은 살아가면서 위로와 안도감을 줍니다.
다만 믿고 안 믿고는 각자의 자유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어떤 시점에 이르면 나는 그냥 늙었거나 늙어 보이는 정도가 아니라 진짜 노인이 될 것입니다.
나이 때문에 제구실을 못하는 때가 온다면 지금 생각해도 너무 슬픕니다.
심하면 읽고 말하고 제대로 듣는 것도 어렵게 될 것입니다.
집 근처 공원을 한 바퀴 도는 것도 아예 못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기억도 희미해져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그저 아는 척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내 앞에 놓여 있는 세월이 몇 년 밖에 남지 않았다는 깨달음은 어떤 강력한 의지를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어떤 심오한 힘에 기대고도 싶지만 그러지 않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내가 매일매일 정말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애쓰게 됩니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나 자문해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