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다이어리] 달걀반숙
[생각다이어리] 달걀반숙
  • 신형범 칼럼리스트
  • 승인 2022.03.2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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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삶은 달걀을 잘 먹습니다.
한꺼번에 10개쯤 삶아 놓고 오며가며 한 개씩 까서 먹는 재미가 괜찮습니다.
입이 심심할때,그렇다고 식사를 하기엔 너무 부담스러울 때 삶은 달걀만 한 게 없습니다.
역시 달걀은 '완전식품'이 맞습니다. 가끔 껍데기가 잘 안 벗겨지는 것만 빼면요.

하얀 속살이 뽀얗게 드러나도록 껍데기가 부드럽게 잘 까지는 날이 있는가 하면 어떤 날은 껍데기에 붙은 흰자가 떨어지지 않아 까는데 애를 먹습니다.
나는 특히 완속보다 반숙을 좋아하는데 껍데기가 잘 벗겨지는 경우를 잘 기억했다가 다음 번에 똑 같은 방법으로 삶는데도 매번 다르다고 아내는 속상해 합니다.

냉장고에서 꺼낸 뒤 상온에서 몇시간 두었다 삶으면 괜찮다고 해서 따라해 보기도 하고, 삶을 때 소금을 넣는 방법도 써 보고, 유튜브에서 본대로 식초를 넣어 보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도 인터넷에는 나름의 비법들이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우선 찬물에 달걀을 넣고 중불로 천천히 가열하는 방법.
찬물로 시작해서 비등점에 도달하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답니다.
하나는 끓는 채로 일정시간 게속 가열하는 방법과 다른 하나는 끓으면 불을 끄고 그대로 오랜 시간 방치해서 천천히 익히는 방식입니다.

또 이와는 달리 물이 끓으면 그 때 달걀을 넣으라는 '달걀 삶기 전문가(?)도 있습니다.
달걀의 공기 주머니 부분(세웠을 때 뭉퉁한 부분)을 침으로 콕콕 찌른 다음에 삶으면 잘 벗겨진다고도 하는데 큰 효과가 없습니다.
소금, 식초 방법 모두 다 기대 만큼 유용하진 않습니다.

언젠가 박찬일 세프도 달걀 삶는 데 어려움을 토로하는 칼럼을 쓴 적 있습니다.
그는 날고 긴다는 세프들도 달걀, 특히 반숙을 잘 삶는 건 쩔쩔맨다고 고백했습니다.
과학자들은 달걀 속의 산성도에 따라, 또 흰자의 조성 특성에 따라 껍데기 벗겨지는 결과가 달라진다고 분석을 내놓았지만 잘 삶는 방법까지는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이미 우리 인간은 달에 살마을 보냈고 곧 화성에 소풍을 다녀올 수 있는 기술을 갖게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세프들 뿐만 아니라 전 인류가 달걀 반숙 하나 제대로 삶는 법을 해결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아이러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