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다이어리] 라이벌은 적이 아니다
[생각다이어리] 라이벌은 적이 아니다
  • 신형범 칼럼리스트
  • 승인 2022.01.1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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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축구, 특히 스페인의 ‘라리가’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엘 클라시코’는 웬만하면 다 압니다. 스페인의 명문 구단 레알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의 더비 경기를 말하는 다른 이름입니다. 바르셀로나가 팀워크에 바탕을 둔 이른바 ‘티키타카’ 전략이라면 레알마드리드는 막강한 자금력으로 호날두, 지단, 베컴 등 최고 스타들 영입으로 맞섰습니다. 덕분에 두 클럽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지금까지 스페인 리그를 양분하고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이 두 팀이 경쟁하는 사이 스페인 리그의 전체 수준이 급상승했고 국가대표팀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습니다. 그 사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브라질에 밀렸던 스페인 축구는 2008년 2012년 유럽축구대회(UEFA)에서 우승했고 2010년 월드컵까지 거머쥐었습니다.

 

두 팀에게는 라이벌에게 지지 않기 위해 자신과 상대방의 장단점을 분석하는 기회가 강제(?)로 주어졌고 두 팀은 이것을 발전적으로 완성시켰던 것입니다.

기업도 비슷합니다. 어떤 기업이 일정 궤도에 오르면 라이벌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 각자의 역량을 발전시키는 긍정적인 측면으로 작용합니다. 그런데 이런 라이벌 관계가 지속되면 흔히 상대방을 지나치게 의식하면서 급기야 적대시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품질이 우리 것만 못하다’ ‘기업문화가 나쁘다’ ‘부정부패가 심하다’ 등등.

게다가 경쟁관계에 있으니 우리 조직 안에서는 다른 회사를 나쁘게 말하더라도 크게 비판 받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라이벌을 적대시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오히려 해가 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미 있는 라이벌을 적대시하거나 심지어 ‘나쁜’ 대상으로 비난하기를 반복하다 보면 자신의 문화적 편견이 개입될 수 있습니다. 특히 경쟁사를 적대시할수록 상대방의 변화를 보기 어려워집니다. 상대의 성공이 그들의 혁신을 통한 정당한 노력에서 나온 게 아니라는 편견이 소리소문 없이 생각을 지배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라이벌을 적대시하기보다 우리 스스로를 긴장하게 만드는 파수꾼으로 여겨야 합니다.

건강한 경쟁관계가 일정기간 지속되면 업계 역량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수준에 도달하게 됩니다. 따라잡기 위해 열심히 벤치마킹만 하면 되는 시대는 지났고 경쟁사를 통해 스스로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신형범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