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다이어리] 서울대 합격, 그 다음엔?
[생각다이어리] 서울대 합격, 그 다음엔?
  • 신형범 칼럼리스트
  • 승인 2022.01.1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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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리 동네에 걸린 현수막 얘기를 했었습니다. 서울대학교에 합격한 노인회장 손녀를 축하한다는. 그와 관련한 두 번째 '딴지걸기' 입니다. '서울대학교 들어가느라 수고하고 고생한 건 알겠는데 그래서 다음에 뭐 할 건데?' 라는 겁니다.

'서울대라는 특정 대학에 입학하는 것' 그것이 사회에 있어 어떤 독자적인 가치를 갖고 있나요? 대학 입학 이라는 것 자체가 인생의 목표가 될 수 있습니까? 그 대학 간판이 남은 인생 동안 자기 능력과 성실성에 대해 새로 증명할 필요 없는 자유이용권 같은 건가요?

 

우리 사회는 아이들에게 '나중에 커서 뭐가 될래?' 라고 묻지 '나중에 커서 어떤 일을 하고 싶어?' 라고 묻지 않습니다. 뭐가 되고, 어느 대학에 들어가는 것, 다 어떤 일을 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합니다. '어느 대학에 들어가고 뭐가 되는 것까지' 가 아니라 무엇이 된 이후 그 좋은 조건을 활용해서 무슨 일을, 왜 할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해야 합니다.

이건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른이 된 이후가 더 문제입니다. 장관이 되고 교수가 되고 국회의원이 되고 회사 사장 다 좋습니다. 신문에 나고 축하 화환이 들어오고 다들 기억하는 건 무엇이 되는 그 날, 활짝 웃으면서 찍은 사진 한 장이지 그 사람이 그 자리에 무슨 일을 하려고 왔는지, 실제로 무슨 일을 했는지가 아닌 것 같습니다.

3일 장관 하다가 불미스런 일로 불명예 퇴진했지만 평생 '장관님' 소리 들으며 목에 힘주고 다니는 사람과 9급 공무원이지만 끊임없는 아이디어로 맡은 업무를 혁신하여 작으나마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사람중에 누가 더 큰 성취를 한 사람일까요.

부모도 학교도 사회도 어떻게 살 것인가, 왜 그렇게 할 것인가, 무엇이 행복인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습니다. 그런 건 나중에 해도 늦지 않으니 인생의 지름길에서 이탈하지 말고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릴 것을 강요합니다. 그래서 미친듯이 달려 골인했는데 알고 보니 그곳은 그냥 깃발만 꽂혀 있을 뿐 아무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이후의 삶은 어떻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