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사권 박탈] 김오수 전격 사표제출..문대통령의 선택은
[검찰수사권 박탈] 김오수 전격 사표제출..문대통령의 선택은
  • 정진우 기자
  • 승인 2022.04.17 15: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마침내 사표제출 카드를 꺼냈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마침내 사표제출 카드를 꺼냈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검수완박'이라는 검찰조직의 위기앞에서, 전격 사표를 냈다. 그는 친정부 성향의 인사로 평가받던 대표적인 인사였다. 김총장은 17일 "'검수완박' 법안 입법절차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갈등과 분란에 대해 국민과 검찰 구성원들에게 머리 숙여 죄송하다. 저는 검찰총장으로서 이러한 갈등과 분란이 발생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법무부 장관께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검찰일각에서는 만시지탄이지만, 마지막 승부수가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정가에서는 과연 문재인대통령이 이 사표를 곧바로 수락할 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대통령입장에서는 정치적 부담을 하나 더 떠안게 된 셈이다.  '검수완박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넘어오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느냐 마느냐를 놓고도 고민되는 상황에서 검찰총장의 사표까지 결단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이에대해 법조계에서는 문대통령이 사표를 받아들일 경우, 검수완박 법안에 찬성을 하는 것이고, 사표를 수리하지않을 경우에는 법안에 반대하는 게 아닐까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결국 사표를 수리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김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 면담을 건의했으나, 사실상 거절당하면서 검찰의 수장으로서 '사표제출'이라는 초강수를 꺼낸 것으로 해석된다. 비록 현정부와 코드를 맞추며 승승장구했으나, 검찰조직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상황에서 '검찰몰락의 역사 한복판'에 본인 이름 석자를 남기고 싶지는 않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 총장은 "2019년 법무부 차관 재직시 70년 만의 검찰개혁에 관여했던 저로서는 제도개혁 시행 1년여 만에 검찰이 다시 개혁 대상으로 지목돼 검찰 수사기능을 전면 폐지하는 입법절차가 진행되는 점에 대하여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인권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새로운 형사법 체계는 최소한 10년 이상 운영한 이후 제도개혁 여부를 논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며 "이 경우에도 공청회, 여론수렴 등을 통한 국민의 공감대와 여야 합의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김 총장의 사의표명을 '충정'으로 해석했다. 한 후보자는 "김오수 총장의 사의 표명은 절차를 무시한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폭주로 국민의 피해가 불을 보듯 예상되는 상황에서 형사사법 업무를 책임지는 공직자로서의 충정으로 이해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헌법 질서와 법치주의를 지탱하고 있는 제도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국민들께서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한 후보자가 법무부와 검찰을 통해 반전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있다. 

예상대로 여야 입장은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신현영 대변인은 사의철회를 주문했다. 신 대변인은  "임기가 보장된 총장이 중도에 사표를 제출한 것은 우리 사회나 검찰에게 모두 불행한 일"이라며 "검찰은 왜 자신들에 대한 개혁이 추진되게 되었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깊게 숙고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검찰총장 잔혹사'라고 규정했다. 김형동 대변인은 김총장의 사표는 민주당이 자초한 일이라고 공격했다. 김 대변인은 "사실상 검찰 해체나 다름없는 민주당의 '검수완박' 앞에서, 결국 김오수 검찰총장은 직을 던지는 길을 선택했다"며 "악을 소탕해야 할 검찰을 되레 악으로 몰아가며, 입맛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인사 폭거와 의회 폭거도 서슴지 않으며 길들이려 한 문(재인)정권과 민주당이 자초한 결과"라고 날을 세웠다. 

김 총장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1년정도 임기가 남은 검찰총장이었다. 그러나 김 총장의 사의표명으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본인 코드에 맞는 검찰총장을 선택할 수 있는 호기를 맞게 됐다는 '어부지리'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