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장애인 '지하철 시위'가 남긴 것들
[기자수첩] 장애인 '지하철 시위'가 남긴 것들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2.03.3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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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시위를 이어가던 장애인 단체들이 한발 물러섰다. 30일 장애인 단체들은 이날부로 시위를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매일 한 명씩 삭발을 진행하며 권리 쟁취를 위한 투쟁은 이어간다.

장애인 단체들의 시위의 시작은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은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보장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4개월간, 20여차례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의 시위가 진행될 때마다 많은 시민들이 불편함을 겪었다. 시위는 지하철 호선을 바꿔가면서 진행됐고, 이를 미리 숙지하지 못한 사람들은 지각을, 숙지하더라도 돌아서 가야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동안 이들의 시위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크지는 않았다. 불편한 것은 맞지만 '이들의 시위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라는 인식과, 적어도 이들의 요구가 상식적인 수준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던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물론, 시위 기간 동안 장애인들의 요구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장애인 단체들과 시민단체, 일부 시민들은 그들이 절박하게 외치는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았고, 시위의 배경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고민해보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전례없이 폭발적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장애인 시위를 두고 '대중을 볼모 삼아 시위를 한다'고 언급하면서 논란이 시작됐고, 장애인 단체, 정치권 등 각층에서 이를 장애인에 대한 '혐호 조장', '갈라치기' 등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 시위가 일단 중단된 것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나섰기 때문이다. 장애인 단체들은 인수위에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한 예상 확충을 요구했고, 인수위는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을 약속했다. 단체들은 만약 다음달 20일까지 예산 확충이 안된다면 다시 시위를 시작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아직 상황이 마무리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시위 과정에서 몇가지 불편한 사실들을 마주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외쳤던 '국민통합'을 과연 현 국민의힘이 이룰 수 있는가에 대한 의심과, 이번 논란이 아니었다면 장애인들의 요청이 이뤄지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다.

인수위가 이번 갈등을 봉합하는 것을 '국민통합'을 위한 첫걸음으로 삼기를 바라본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