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론] 탈세계화(de-globalization)와 반도체
[경제시론] 탈세계화(de-globalization)와 반도체
  • 안영진 이코노미스트
  • 승인 2022.03.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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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은 점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 부정적 민감도를 낮춰 가는 것 같다. 시장에는 워낙 거대한 악재였기 때문에 이를 곧 반등의 기회로 삼으려 하기도 한다.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1Q 실적 기대감 등의 긍정 재료에 관심을 두게 할 정도로 시황은 변해 가는 듯하다. 

그러나 러시아 전쟁은 이런 시황과는 달리 탈세계화(De-globalization)라는 거대한 변화에 기름을 부은 셈이 됐다.

전세계가 얽히고 설킨 공급망의 재편은 더 속도를 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유럽은 러시아로부터 40~50%에 달하는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대체재를 물색해야 한다. 미국도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팔라듐의 약 35%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돼 대체 공급원을 찾지 못할 경우 반도체 칩 생산 부족에 시달릴 수도 있다. 

에너지를 비롯한 자원의 무기화, 농산물을 포함한 식량 안보 등은 점점 보호주의적이고 자국 중심의 무역 행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이미 각종 원자재, 희토류 등 자원, 식량 안보 관련주들의 가격은 큰 폭으로 올랐다)

탈세계화는 비단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부터 촉발된 것이 아니다. 미국-중국 간 新냉전은 사실상 세계화의 종식을 고하며 사실상 탈세계화를 선언한 것이다. 양국의 반도체 제조를 둘러싼 패권 다툼은 2018 년부터 진행 중인 미-중 분쟁의 핵심 중 핵심이다. 미국이 지난 1 월 마련한 미국 경쟁법(America COMPETES Act)은 520억달러의 반도체 산업 지원을 담고 있고, 2월에는 EU 가 반도체법(EU Chips Act)을 제정했다. 급기야 인텔은 향후 10년간 유럽에 107 조원에 달하는 개발/생산 투자를 할 계획을 밝히며 양측이 그리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굴기 의지는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을 정도다. 

결코 간단하지 않은 2 가지 메시지로 요약해 보려 한다. 첫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슈가 둔감해 지더라도 탈세계화가 심화된다는 점에서 잠재적인 지정학 갈등 요소는 지속될 것이다. 둘째, 특히 미-중 반도체 패권 다툼을 둘러싼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 EU 의 반도체법, 인텔의 유럽 투자 등이 현안으로 등장해 반도체 산업을 자극하고 있다.

[안영진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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