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뜨거운 감자' 중고차 시장, 대기업과 상생 가능할까
[이슈진단] '뜨거운 감자' 중고차 시장, 대기업과 상생 가능할까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2.03.2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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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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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허용하면서 새로 시장에 뛰어드는 대기업과 기존 중고차 딜러들과의 상생 방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17일 중소기업벤처부는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중고차 매매업을 뺐다. 중기부는 중고차 매매업이 규모적으로 영세성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봤다. 다른 업종에 비해 소상공인의 비중이 낮을 뿐더러 매출액도 연평균 규모가 크다는 것.

또 중고차 매매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하락한 점도 적합업종에서 탈락한 원인으로 꼽힌다. 이외에 중고차 시장의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점과, 대기업에 대한 역차별 문제 등도 고려됐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중고차 산업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하며 "향후 기존 중고차 매매상들과 긴밀한 소통을 지속함으로써 선택폭 확대를 통한 소비자 권익 증대 등 중고차 시장 선진화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 완성차 시장 진입 준비 '박차'...카드사·렌트카도 수혜

이번 결정으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보다 용이해질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현대차그룹이 자사 브랜드 차량을 중심으로 새로운 중고차 생태계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기아의 경우 전북 정읍에 사업자 등록을 마친 상태고, 한국지엠, 쌍용차 등 업체들도 중고차 시장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5년, 10만km이하 차량을 대상으로 한 인증 중고차 사업 추진 ▲단계적 시장 진출(2022년 2.5%→2023년 3.6%→2024년 5.1%) ▲ 대상이외 물량의 경매 등을 활용한 중고차 매매업계에 대한 공급 ▲중고차 판매원 대상 신기술, 고객 응대 교육 지원 등을 골자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사진=롯데렌털
사진=롯데렌털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서 카드사와 렌터카 업체, 카셰어링 업체 등의 수혜도 기대된다. 카드사의 경우 현대차그룹과 커넥션이 용이한 현대카드가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추정된다. 또 렌터카 업체 중에서는 오토앤이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으며, 최근 쏘카 지분을 인수하는 등 몸집을 불려가고 있는 롯데렌탈이 중고차 B2C 진출을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 중고차 딜러 "대기업 독점 우려"...소비자들은 '환영'

완성차의 시장 진입이 임박하는 가운데, 기존 중고차 딜러들은 생존권을 크게 위협받는 상황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중기부가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업종에서 제외하는 과정에서 종사자들을 위한 현실적인 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22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경기도중고차딜러지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 업종으로 재지정해야 한다"며 "중기부는 36만5000명에 달하는 노동자 및 업종 종사자들의 생존을 위한 대책은 아무것도 내놓지 않아 사실상 파산선고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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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완성차 업체들이 차령과 주행 등에서 제한을 두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제한이 미치는 범위는 대기업이 독점해 시장이 양극화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노동자와 소비자의 부담 또한 급격하게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일각에서는 대기업이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거나, 광고를 통해 중고차 시장을 지배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소비자들은 중고차 가격 불신 해소와, 허위·미끼 매물, 중고차 약력 조작 등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에 반색을 표하는 분위기다. 또 증권가에서는 중고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번 결정이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만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