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론] 자원의 무기화
[경제시론] 자원의 무기화
  • 안영진 이코노미스트
  • 승인 2022.03.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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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러시아에 대한 전방위 제재를 부과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패권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새삼 느꼈다.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의 주요국들이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온 것을 보면 그렇다. 미국이 셰일 오일을 발견하기 전까지 사우디를 파트너로 해서 그 복잡한 중동에 깊숙히 개입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바로 에너지 패권이었다. 이를 중심에 둔 갈등 구조는 유가를 수직 상승시켰고, 쉽게 해소될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그것 뿐일까? 이 여파는 다른 원자재/자원 가격도 끌어 올려 알루미늄, 니켈, 리튬 등 산업 금속으로, 나아가 밀, 옥수수 등과 같은 농산물까지 확산됐다. 이는 단순히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키는 것을 넘어 산업 생산 내에서 원재료 비용 압력, 물류와 수급 차질을 빚어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계속 스태그플레이션이 키워드로 언급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시작이 지정학적 갈등(원인)이라면 그 끝(결과)은 ‘자원의 무기화’라고 볼 수 있다. 에너지에서 산업 금속, 농산물까지 가격 급등이 확산된 가운데 식량 안보, 전략 자원에 대한 노출 빈도도 높아진다. 

중국의 양회 기간 중 2가지 사실이 눈길을 끌었다. 첫째, 식량 안보에 대한 강조다. 매년 반복적으로 해온 얘기라 과소평가될지 모르지만 당장 러시아/우크라이나가 곡물 수출 제한 조치를 하고 코로나/기후위기를 겪으며 곡물 수급 불안을 겪은 터라 그 메시지는 어느 때보다 현실적으로 들린다. 둘째, 대만을 향한 강경 발언과 경고다. ‘하나의 중국’ 원칙 속에 대만이 외부 세력을 끌어 들이는 것을 성토했다. 양회 기간 중 3일을 중국 군용기가 대만의 방공식별구역에서 무력 시위한 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시기와 맞물려 가벼워 보이진 않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정학적 갈등은 ‘자원의 무기화’를 낳는다. 중국과 대만의 문제는 늘 미-중 갈등으로 비춰지는 경우가 많았던 만큼 식량 안보와 전략 자원의 무기화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반도체와 희토류가 될 것이다. 아직 여타 원자재에 비해 가격 변동은 크지 않다. 최근 지정학적 이슈가 시장의 핵심 동인(動因)이라면 주식 투자의 헷지용으로도 활용 가능하리라 본다.

[안영진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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