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실적은 최고, 투자는 '거꾸로' 통신업계
[기자수첩] 실적은 최고, 투자는 '거꾸로' 통신업계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2.02.1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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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동통신업계는 역대급 호실적을 쓰며 낭보를 전했다. 통신 3사의 작년 연간 영업이익 합계는 4조원이 넘으며 최대기록을 달성했다. 이번 호실적 배경에는 5G 가입자 순증 영향이 지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 국내 5G 가입자 수는 2000만명을 돌파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삼성전자의 Z 폴드3, Z 플립3, 애플의 아이폰13 등이 줄줄이 출시되면서 인기를 끈 덕분이다. 이에 각사는 높은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배당금 잔치까지 벌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설비투자 비용은 그대로였다. 오히려 전년보다 일제히 줄었다. 재작년과 작년 3사의 설비투자액(CAPEX)을 살펴보면 SKT는 3조200억원에서 3조원으로, KT는 2조8720억원에서 2조8550억원으로, LGU+는 2조3800억원에서 2조3500억원으로 각각 하향했다. 3사 합산으로는 총 0.8% 감소했다. 나란히 약속이라도 한 듯한 모양새다. 올해 역시 설비투자액은 유사한 수준이거나 하향 곡선을 그릴 전망이다.

SKT의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올해 설비투자액은 작년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다. 중기적으로는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KT의 CFO도 "업 특성상 새로운 네트워크 세대가 도입될 때 투자 규모가 상승했다가 하향하는 추세를 보이는데, 2012년 LTE 도입 때처럼 5G도 비슷한 트렌드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LGU+ 역시 올해 지난해와 비슷한 설비투자액을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통신업 특성상'이라는 말로 얼버무리기에는 올해 4년째를 맞은 5G 서비스 품질에 대한 고객만족도가 여전히 높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신규 단말이 5G 전용으로 출시돼 별 수 없이 서비스에 가입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56%를 차지했다. 순수하게 5G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었다는 이용자는 6%가 채 되지 않았다. 5G 속도도 크게 향상되지 않았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통신 3사의 평균 5G 속도(801.48Mbps)는 상반기(808.45Mbps)보다 느려졌고, 5G 업로드 속도(83.01Mbps)도 상반기(83.93Mbps)에 비해 더뎌진 것으로 나타났다. 과기정통부가 작년 말까지 4만5000국으로 설치 의무화한 28㎓ 대역 5G 기지국 역시 이행률 0.3%에 그쳤다.

통신 3사가 높은 영업이익을 자축하며 미소지었지만 정작 고객은 웃을 수 없었던 이유다. 물론 업계의 입장대로 초기처럼 투자비용 대비 획기적으로 기술이 향상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항상 고객만족, 품질향상을 강조해 온 3사가 시기(트렌드)상 '어쩔 수 없다'며 한 목소리로 추가 투자를 줄이는 모습은 다소 납득하기 어렵다. 최근 주파수 추가할당 문제를 두고 3사가 아전인수(我田引水)격 갈등을 벌이는 것과는 대조적 모습이기도 하다. 두 사안 모두 '고객'은 빠지고 각사의 실익만 따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3사는 투자계획·비용 축소뿐 아니라 '기업의 핵심 생존요인은 바로 고객'이라는 점을 한마음으로 되새기길 바란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