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기업 중고차 진출, 언제까지 정치권 눈치보나
[기자수첩] 대기업 중고차 진출, 언제까지 정치권 눈치보나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2.01.20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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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진출 여부 결정이 또 한번 미뤄졌다. 논의 초창기에는 업계 종사자들의 생계를 위해 심사숙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결정을 미뤄왔지만, 이제는 정치적인 이유가 추가됐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는 오는 3월 중고차판매업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를 위한 추가 회의를 열고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정을 미룬 원인은 역설적이게도 심사 기간이 길어져 중고차 시장의 최신 상황을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중기부의 이번 결정이 정치권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선이다. 대선을 앞두고 민감한 문제에 총대를 메기 부담스러우니 차기 정부에 이를 일임하려는 계산으로 보인다. 중기부의 부담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시장 진입을 준비해왔던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허탈감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중기부가 지속적으로 결정을 미루면서 일반 시민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기존 중고차 업계가 소비자들의 신뢰를 크게 잃은 상황에서, 반대로 중고차에 대한 수요 자체는 최근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불안감 속에서 중고차 구매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차기 정부가 들어선다고 해도 사안이 속도있게 결론이 날 지 의문이다. 대선 후보마다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경우 완성차의 시장 진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또한 조심스러운 입장만을 취하고 있다. 결국 대선 후에도 다시 논의가 시작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진출은 중고차 시장 종사자들의 생계와, 대기업의 신사업 개척, 소비자 후생 확보, 국산차와 수입차의 차별 해소 등 수 많은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사안이다. 그렇기에 그동안 오랜 논의를 진행하며 각계 전문가들이 합의점을 찾기 위한 수고를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기부가 정치권의 눈치 때문에 결정을 미루는 것은 그간의 노력을 부정하는 것과 매한가지다. 오는 3월 추가 회의에서는 더 이상 정치적인 이유로 결정이 미뤄지지 않기를 바라본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