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철거논란' 검단아파트 책임 공방...수천억 피해규모 우려
[이슈진단] '철거논란' 검단아파트 책임 공방...수천억 피해규모 우려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1.10.0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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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문화재청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 인근에서 문화재청의 허가 없이 건립 중이던 인천 검단신도시 고층 아파트 단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문화재청의 제동으로 공사가 멈춘 가운데, 아파트 철거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15만5000명 이상이 동의한 상황이다. 건축 관련 국민청원이 이렇듯 많은 동의를 받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문화재청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불법 건축물을 저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인 반면, 건설사와 인천 서구청은 해당 공사가 적법하다는 주장이다.

■문화재청 "문화재보호법 위반"...공사중단 명령

문화재청은 지난달 29일 인천 서부경찰서에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시공사 3곳을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30일부터 공사 중지를 명령했다. 김포 장릉은 조선 선조의 5번째 아들이자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과 부인 인헌왕후의 무덤으로, 사적 202호로 지정돼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 왕릉 40기에 포함된다. 중지 명령 대상은 대방건설·대광건영·금성백조 등 3개 건설사가 짓는 3400여가구 규모 아파트 44개 동 가운데 문화재 보존지역에 포함되는 19개 동 공사다.

문화재청은 건설사들이 문화재 반경 500m 안에 포함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서 아파트를 지으면서 사전 심의를 받지 않은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 2017년 1월 김포 장릉 반경 500m 안에 짓는 높이 20m 이상 건축물은 개별 심의한다고 고시했는데, 이들 건설사가 사전 심의없이 건축을 강행해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했다는 것.

서울행정법원은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에서 아파트를 짓고 있는 건설사 3곳이 각각 공사 중지 명령의 집행을 정지해달라며 제기한 가처분 신청 가운데 2건을 기각하고, 1건은 인용했다. 이에 따라 2개 아파트단지(1900세대) 23개 동 중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12개 동의 공사가 30일부터 중단된 상황이다.

앞서 건설사들은 지난 7월 22일 문화재청이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자,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해 인용되자 공사를 계속해 왔다. 이후 문화재청은 기존 명령을 직권 취소한 뒤 다시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고, 건설사들은 법원에 재차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 바 있다.

자료: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자료: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아파트를 개발하다 문화재가 발굴돼 공사가 중단된 경우는 있지만, 택지 자체가 문제 돼 공사가 중지된 경우는 이번이 첫 사례다. 업계 관계자는 "문화재청은 인허가 절차에 있어 매우 엄격하고 완강한 편"이라며 "건설업계에서 까다로운 대상으로 통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송파구 풍납동 극동아파트 역시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아파트가 사선으로 절단된 형태로 건립됐다.

한편 문화재청은 지난달 10일까지 아파트와 관련한 개선 대책을 내라고 통보했으나, 건설사들의 요청에 따라 제출 시기를 이달 11일까지로 연장한 상태다. 

■건설사·서구청 "문제 없다"

고발당한 건설사들은 문화재청 심의를 누락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건설사와 인천 서구청은 지난 2014년 땅을 매각한 인천도시공사로부터 문화재보호법 위반 저촉사항이 없다는 회신을 받았고, 문화재청이 개별 심의를 고시한 법안은 2017년 개정된 사안으로, 해당 부지에 법을 소급해서 적용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주장한다. 또 2018~2019년께 관할 지자체(인천 서구청)에서도 건축 허가를 받았다는 점도 이유로 제시하고 있다.

인천 서구청 역시 이번 공사에 이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문화재청은 택지개발사업과 주택건설사업을 별도로 보고 있는데, 주택건설사업의 경우 택지개발사업을 그대로 이행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번 공사도 2014년 김포시에 제출한 택지개발계획서에 명시된 내용과 달라진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또한 (다른 지자체와는 다르게) 문화재청으로부터 관련 내용에 대한 사전 고시도 받지 못한 점도 이유로 들고 있다.

다만 여론은 심의를 누락한 건설사, 문화재청에 해당 내용을 확인하지 않은 관할 구청, 뒤늦은 대응에 나선 문화재청까지 모두 책임이 있다는 의견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입주 시점이 연기되면 분양자에게 시행사가 부담해야 할 지체보상금이 수천억원에 달할 수 있다. 또 행정소송 등 송사로 불거질 가능성도 매우 높다"며 "이렇게 피해 규모가 커질 때까지 시간을 끈 관련자들이 모두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