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영국서 노조 최초 인정…의미는?
우버, 영국서 노조 최초 인정…의미는?
  • 문상희 기자
  • 승인 2021.05.28 08: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출처=bbc
출처=bbc

세계적인 승차공유 기업 우버(Uber)가 처음으로 노동조합을 인정했다. 올해 2월 우버 드라이버를 '근로자'로 인정한 영국 대법원 판결에 이은 변화로 보인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Reuters) 통신을 비롯한 외신은 우버가 영국 산별노조 GMB와 단체협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GMB는 이로써 사측인 우버와 임금과 근로조건 등에 관해 협상할 수 있는 단체교섭권을 갖게 되었다. 향후 노사 양측은 분기별로 협상자리를 가질 예정이다.

영국의 우버 드라이버들이 자동으로 해당 노조 조합원으로 가입되는 것은 아니며, 각자 가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현재 영국 내 우버 드라이버는 약 7만명에 이른다. 

우버 측의 이러한 결정에는 올해 초 영국 대법원의 판결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영국 대법원은 우버 드라이버를 사측이 주장하는 '독립계약자(개인사업자)'가 아닌 '근로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우버는 두 달 전 영국 내 드라이버에게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인정하고 최저임금과 유급휴가, 연금 등을 보장하기로 했다. 

◼︎ GMB측, "역사가 만들어졌다"

GMB 측은 "업계 지형을 뒤흔드는 이번 GMB와 우버 측의 단체협약은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온당한 근로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첫 단추"라며, "역사가 만들어졌다"고 평했다. 덧붙여, "이번 단협은 긱 이코노미 기업이 노동권에 있어서 어쩔 수 없는 '불모지'로 남을 이유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출처: UberEats
출처: UberEats

이번 단체협약에는 우버의 승차공유 근로자만 포함되며, 우버의 음식배달 서비스인 우버이츠(Uber Eats)의 배달기사들은 포함되지 않는다. 현재 영국 내 우버이츠 배달기사는 약 3만명에 이른다. 이들 배달기사들은 GMB가 아닌, '앱 드라이버 및 배달기사 노조(ADCU)'라는 다른 노조에 소속돼 있다. ADCU측은 이번 변화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우버가 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한 채 드라이버의 최저임금 산정방식에 있어서 법을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단체협약에 서명하지 않았다. 

◼︎ 우버 다른 지역에서도 압박 심해지나...긱 이코노미 업계에도 영향 가능성

우버는 영국뿐 아니라 미국 뉴욕, 스페인 등 다른 지역에서도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하라'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앞서 미국에서도 운전자의 지위 문제를 두고 갈등을 겪었던 우버는 절충안으로, 그들을 정규 근로자로 인정하지는 않되, 최저임금 보장, 초과 노동 금지, 의료 및 생명보험 제공 등 복지 혜택을 강화하는 방향을 택했다. 

일각에서는 우버의 이러한 변화로 북미 지역 최대 경쟁자인 리프트(Lyft)나 음식배달 기업 딜리버루(Deliveroo)와 도어대시(Doordash) 등도 노조의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이번 GMB와 우버 측의 단협 성사가 업계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변화의 물꼬를 틀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비즈트리뷴=문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