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워싱 피하려면 정책 수단·모니터링 강화해야"
"ESG워싱 피하려면 정책 수단·모니터링 강화해야"
  • 황초롱 기자
  • 승인 2021.05.17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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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건전한 ESG 투자 흐름 확립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투자자 오해나 'ESG 워싱'을 방지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7일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펴낸 'ESG 투자 위험의 증가와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는 유엔(UN) 책임투자 원칙(PRI) 서명 기관은 2011년까지만 해도 1000여곳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에는 3000곳을 넘었다.

이시연 연구위원은 "ESG 투자에 대한 관심과 투자규모가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이와 관련된 투자자 리스크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평가의 불투명성과 투자 기준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소위 'ESG 워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SG 워싱(그린워싱)이란 기업, 상품 등이 실제 환경이나 ESG 요소에 미치는 유의한 영향 또는 전략 실행 수준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의도적·비의도적인 명칭 부여, 홍보, 마케팅 등만으로 친환경 또는 ESG 친화적 기업·상품으로 인식될 수 있는 위험을 말한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외 평가기관들은 최근 환경 부문 평가를 강화한 ESG 평가를 통해 기업별 ESG 등급을 산출하고 있으나 ESG 평가는 그 구성요소가 매우 다양하고 평가기관 간 평가 지표나 방식이 크게 상이할 수 있어 동일한 기업에 대한 평가 결과도 일관성이 낮다"며, "또 동일 기업 내에서도 환경·사회·지배구조 영역 간 유의한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으며 각기 상이한 영역에 대한 평가 결합 방식이 불분명한 가운데 최종적인 통합 ESG등급에 기반해 이뤄지는 투자는 향후 다양한 투자자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지배구조 부문 평가는 우수하나 환경 부문에 낮은 평가를 받은 기업의 통합 ESG 등급은 중간 수준으로 산출될 수 있는데, 통합 등급 정보에만 기반해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는 투자자의 경우 환경 규제와의 급격한 강화 등에 따른 해당 기업의 ESG 등급 급락을 적절히 예상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도 ESG 워싱을 방지하고 투자자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투자자들이 보다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그린워싱 등을 방지하기 위해 펀드 명칭 관련 규제 강화 여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또 SEC는 지난달 ESG 투자 관련 'Risk alert'를 발행해 ESG에 대한 표준화되고 자세한 정의가 부재한 상황에서 투자자문사나 펀드가 ESG의 정의 및 활용 관련 사항을 구체적으로 기술하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의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ESG 관련 보다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는 기업들의 공시 정보 범위를 확대하되, 강건한 유의성 검증을 통해 선별된 정보에 대해서는 공시를 의무화하고, 이를 활용하는 평가기관의 평가(등급) 도출 방식을 투자자들이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감독 강화 방안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녹색산업 분류 체계 등 ESG와 관련된 공적인 정의·분류 또한 신중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운용사 등 금융투자업자들의 ESG 투자상품 취급 관련 책임에 대해서도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적절한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 연구위원은 "미 SEC는 'Risk alert'에서 지적된 문제점들에 따라 투자회사들이 ESG 투자방식을 정확히 공개하고 공시 내용과 일치하는 정책·절차·투자 관행을 실행했는지 여부를 검사할 것이며 특히 포트폴리오 운용, 성과 광고 및 마케팅,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에 집중해 검사하겠다고 밝혔다"면서, "국내에서도 급증한 수요에 따른 투자자 혼란이나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금융투자업자들이 어떻게 각각 E, S, G를 반영했는지 명확히 밝히고 ESG 투자와 관련된 선관의무를 소홀히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감독당국의 모니터링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비즈트리뷴=황초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