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기가인터넷 속도 저하 논란, 집단소송 가나
[이슈진단] 기가인터넷 속도 저하 논란, 집단소송 가나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1.05.06 16: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료: '화난사람들' 캡처.

최근 통신업계의 초고속인터넷 속도 저하 논란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 논란은 지난달 한 유명 유튜버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KT 10기가 인터넷 서비스의 실제 속도가 100Mbps 수준에 그친다고 주장하면서 불이 붙었다. 100Mbps는 10기가(1000Mbps)의 100분의 1 속도에 해당한다.

10기가의 속도를 믿고 가장 비싼 요금제를 쓰는데, 실제 품질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이 유튜버의 지적이다. 실제 100Mbps 인터넷 요금은 월 2만2천원으로, 10기가 요금의 25% 정도다.

논란이 커지자,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인터넷 속도 저하에 고의성이 있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실태 점검에 들어갔다. 나아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집단소송 움직임까지 제기되고 있어 당분간 논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지난 2018년 11월 상용화된 10기가 유선 인터넷 상품은 대역폭이 넓어, 쾌적한 인터넷 환경이 특징으로 꼽힌다. 유튜버 등 동영상을 많이 쓰는 이용자들이나 대용량 파일을 다루는 오피스에서 많이 사용한다. 단, 설비 투자액이 많이 투입돼 시중에 나온 유선 인터넷 중 요금이 가장 높다.

KT는 여기에 2018년부터 작년까지 총 57억원가량을 투자한 바 있다. 

■집단소송 비화?...피해자 모집 움직임

이번 사안은 피해자 집단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법무법인 주원 김진욱 변호사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초고속 기가인터넷 부동 가입 진상조사와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한 법률 대리를 맡았으며, 집단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을 통해 피해자 모집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현재 품질 문제 발생 시 소비자가 직접 속도를 측정해 이의를 제기해야 하는데, 이 같은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초고속 인터넷을 제공하는 통신사들이 직접 속도 저하의 원인을 파악하고 시정해야 한다"며 "(감독기관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조속한 진상 조사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피해자들이 모여 공식적으로 정부에 민원을 제기하면 정부에서도 책임감을 갖고 엄중히 품질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면서 "정부 조사 결과가 나오면 이를 살펴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자료: '잇섭' 유튜브 영상 캡처.

이와 함께 김 변호사는 통신사가 기가인터넷 설비가 불가한 곳에서도 가입을 받았는지 여부를 조사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할 계획이다.

그는 "이러한 조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소비자 기만 계약 체결 등으로 통신사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T, 공식 사과...다른 통신사도 '긴장'

KT는 논란이 제기된 지 나흘 만에 공식 사과했다.

KT 측은 지난달  21일 자사 홈페이지에 임직원 일동 명의로 "최근 발생한 10기가 인터넷 품질 저하로 인해 불편과 심려를 끼쳐 드려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10기가 인터넷 장비 증설과 교체 등 작업 중 고객 속도 정보 설정에 오류가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인정했다.

KT 관계자는 "해당 유튜버가 연결된 인터넷 장비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고객 정보가 연계되지 않아, 다른 서비스로 제공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해명하면서, "피해본 부분에 대해 적절히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T는 논란 직후 10기가 인터넷 서비스의 전체 가입자를 조사해, 모두 24명의 고객정보 오류를 확인하고 개선 조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피해 고객의 요금 감면 기준 등은 개별 안내 예정이다.

같은날 구현모 KT 대표 역시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월드IT쇼 2021에 참석해 "많은 분들이 KT 기가 인터넷을 사랑해주시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죄송스럽다"면서 "최선을 다해 고객이 원하는 품질을 만들어내겠다"고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자료: '잇섭' 유튜브 영상 캡처.

한편 이번 논란은 KT 외에도 통신업계 전반의 이슈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타 통신사 요금제들도 속도 품질에 이상이 있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통신사들이 신사업 확장보다 본업부터 신경 써야 한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정부 및 소비자단체의 통신사 네트워크 품질 논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커버리지에 이어 트래픽 이슈까지 번지고 있어, 점진적 장비 투자 압력이 거세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