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스타항공 이상직 구속을 바라보며
[기자수첩] 이스타항공 이상직 구속을 바라보며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1.04.30 17: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금도 너무 늦었다. 다만 노동자들을 위해서라도 진상은 밝혀야 한다. 그리고 노동자들을 위한 해법도 내놓아야 한다"

5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이상직 무소속 의원이 구속됐다.

다만, 이 의원의 처벌을 강력하게 요구해왔던 노조는 여전히 걱정이 많은 모습이다. 이상직 의원이 처벌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당장 생계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 노조는 이 의원의 구속 전날, 이 의원의 탈세의혹을 추가적으로 제시하면서 국세청에 강력하게 조사를 요청했다. 노조는 국세청에 해결 의지를 촉구하면서도, 노동자들을 위한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줄곧 결백을 주장하던 이상직 의원은 모두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는 상황이다. 세간의 비난 뿐 아니라, 구속에 앞서 진행된 체포동의안에서도 국회에서 무려 255표 중 무려 찬성표가 206표로 찬성률 81%를 기록했다. 반대와 기권은 각각 38표와 11표에 불과했다.

특히, 이상직 의원이 지난해 9월 이 의원이 당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며 자진 탈당하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몸 담았던 여당에서 과감하게 '손절'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다소 의외였다. 

여당에서도 그만큼 이 의원의 혐의가 부담스러운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단순 횡령·배임이라는 혐의를 받는 것이 아니라, 이 과정에서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고통을 외면했다는 비판과, 의원 재직시절에도 회사를 매각하려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는 등 복합적인 상황에 놓여있다. 

이러한 여당의 선택이 어느정도 이해되기는 하나, 이번 사태와 관련한 '책임'에서도 자유롭지는 않다고 여겨진다. 우선, 현재 이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딸 일가의 태국 이주를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이 의원의 그동안 정치 행적을 살펴보면 여당에서의 활동이나 의원 선출 과정에서 이스타항공을 설립했다는 것을 최대의 무기로 사용해왔고, 여당도 이를 충분히 정치적으로 활용해왔기 때문이다. 

이상직 의원의 본격적인 법정 일정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이 의원을 손절한 정부와 여당에서 이스타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이스타 직원들에 대한 해결책 마련에 나서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오랜 고된의 시간을 딛고 항공업계가 정부 지원과 자구안 등을 통해 재편되는 이 시기를 놓치게 되면,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정말로 새로운 일자리를 얻기 어려워 질 수도 있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