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공유기업 ①] 스팩상장 그랩 vs. 합병임박 고젝
[동남아 공유기업 ①] 스팩상장 그랩 vs. 합병임박 고젝
  • 문상희 기자
  • 승인 2021.04.2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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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Nikkei Asian Review
출처: Nikkei Asian Review

동남아시아 테크 시장이 전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달 초 그랩(Grab)이 사상 최대 규모의 스팩(SPAC) 상장에 성공했고, 고젝(Gojek)은 인도네시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토코피디아(Tokopedia)와 합병 합의를 마쳤다. 미국이나 중국의 선례와 마찬가지로, 빠르게 성장 중인 이들 테크 기업들이 동남아시아 산업 지형 자체를 바꿔놓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혹자는 현재를 '동남아시아 산업의 황금기가 도래했다'고 표현할 정도다. 

◼︎ 세계 인구 10분의 1 모여사는 동남아···세계가 주목하는 IT 시장 

동남아시아는 전세계 인구 중 10분의 1 가량이 모여 살고 있는 곳으로 굉장히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인 인도네시아 역시 동남아시아에 속한다. 지난 2017년 씨그룹(Sea)이 뉴욕 증시에 상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동남아시아에는 상장을 마친 굵직한 테크 기업이 부재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이미 아마존닷컴(Amazon.com Inc.)이나 텐센트홀딩스(Tencent Holdings Ltd.), 알리바바그룹(Alibaba Group Holdling Ltd.) 등 세계의 내로라하는 IT기업들은 동남아시아 시장에 주목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인구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는 점과 경제 성장에 힘입어 나날이 부유해지는 소비자들, 그리고 기술 산업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는 정부의 테크 친화 정책 때문이었다.
 
◼︎ 동남아 온라인 시장, 2025년까지 3배 이상 성장할 것

팬데믹으로 인해 잠시 경색되었던 소비 심리는 온라인에서 빠르게 회복했고, 그 결과 동남아 온라인 시장은 2025년까지 3배 이상 성장해 무려 3천 억 달러(한화 약 335조 1천 억 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구글(Google)과 테마섹(Temasek) 등은 내다보고 있다.

출처: Tokopedia
출처: Tokopedia

◼︎ 고젝X토코피디아, 인도네시아 최대 IT 스타트업들의 합병 성사 임박 

2020년 초부터 놀라울 정도로 빠른 성장을 보인 씨그룹에 의해 동남아 테크 시장에는 IPO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비즈니스타임즈(BT)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최대 테크 스타트업들로 꼽히는 고젝과 토코피디아는 180억 달러(한화 약 20조 1천 억원)에 합병 합의를 마쳤으며, 두 기업의 이름을 합친 '고토(GoTo)'라는 이름으로 새 합병 회사가 탄생할 계획이다. 고토는 향후 고젝이 운영해 온 승차공유 사업과 토코피디아의 전자상거래, 그리고 핀테크 사업 3가지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두 거대 IT 스타트업들의 합병으로 인도네시아에서는 기업가치가 최대 400억 달러(한화 약 44조 6,800억 원)에 달하는 슈퍼앱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토코피디아의 합병에 앞서, 고젝은 경쟁사 그랩과의 합병 가능성이 제기되었지만, 양사는 합병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출처: TC
출처: TC

◼︎ 그랩, 알터미터와 스팩상장으로 나스닥 사상 최대 규모 상장 성공 

그랩은 고젝과의 합병 대신 우회 상장의 길을 택했다. 알터미터 캐피탈(Altimeter Capital)과 손잡고 스팩 상장을 감행한 그랩은 스팩 상장 규모로는 나스닥 시장 역대 최대 규모인 396억 달러(한화 약 44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동남아 테크 산업이 미국 증권시장에서 다소 저평가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그랩의 성공적인 상장은 그랩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우버의 주가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승차공유 플랫폼으로 시작해 슈퍼앱으로 거듭나고 있는 그랩과 고젝의 눈부신 성장은 동남아 테크 시장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그랩과 고젝뿐 아니라 선봉장 격으로 동남아 IT 시장을 이끌고 있는 씨그룹까지 동남아시아 IT 시장 지형도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비즈트리뷴=문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