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일본 오염수방류 결정과 미국
[기자수첩] 일본 오염수방류 결정과 미국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1.04.2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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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연합뉴스
자료ㅣ연합뉴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전 세계가 우려하고 있음에도 지난 13일 일본 정부는 오염수의 해양 방류 결정을 공식화했다. 일본 정부는 2년에 걸쳐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 농도를 '안전 기준' 이하로 낮춘 뒤, '장기간'에 걸쳐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언뜻 그럴 듯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간과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약 125만톤에 달하는 오염수를 약 30년 동안 방출하겠다는 것인데, 여기에 '안전 기준'도 자국의 기준이기 때문에 더욱 모호하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에 들어 있는 유해 물질인 삼중수소는 안전하며, 다른 국가 원전들도 모두 이를 포함한 오염수를 방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본 자민당의 한 의원은 SNS에서 "한국이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면, 한국 원전의 삼중수소 방출량이 일본보다 많다는 게 밝혀져 웃음거리가 될 뿐"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후쿠시마 오염수에는 삼중수소뿐만 아니라 세슘, 스트론튬 등 훨씬 위험한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의견이다. 이러한 물질들은 정화장치로도 걸러지지 않는다는 것이 맹점인데, 일본 정부는 이를 귀여운 '삼중수소 캐릭터'까지 만들어가며 감추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탄소중립 2050, NO 플라스틱 등 친환경 구호를 외치며 목소리를 내고 있는 세계 각국, 각사, 국민들의 노력을 무색하게 한다. 특히 취임 직후 파리 기후변화협약에 복귀를 지시한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친환경 흐름의 선도주자라 할 만하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퇴한 이 협약에 재가입하기 위한 절차를 시작하는 문서에 서명하면서 "우리는 이제껏 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기후변화와 싸울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2015년 채택된 파리 기후변화협약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범지구적 차원의 협약으로, 전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인 미국이 탈퇴를 선언했을 때 충격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으로, 세계는 안도했다.

그런데 반전이 있다. 이번 일본의 자신있는 방류 발표에도 미국의 든든한 뒷배가 있었다는 점이다. 일본의 방류 결정 이후, 미국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즉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아사히 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총리는 지난 16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 백악관에서 만나 2시간 넘게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정상회담이 끝난 후 스가 총리는 트위터에 "바이든 대통령과 개인적인 신뢰 관계를 깊게 하면서 미일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구체화를 주도한다는 것에 일치할 수 있었다는 것은 매우 유의미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강조해 온 친환경 신념에 의문이 드는 지점이다. 기후변화는 안 되고, 바다오염은 된다는 말인가.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도 2030년까지 미국 온실가스 배출 절반을 감축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는 앞서 미국이 공언한 감소 계획의 2배에 달한다. 그렇지만 마냥 기뻐하긴 어렵다. 세계 GDP 1, 3위의 '선진국'들의 정치적 행동이 과연 환경을 진정으로 위할까 하는 의문에서다. 환경 문제에 앞서 미국은 일본과의 관계를, 일본은 정치권에 호재인 주변국과의 갈등(한-일 갈등)을 택했다. 

그렇지만 그들의 이기적인 행동에 넋놓고 있기엔 우리 자손들이 입을 피해가 너무 크다. 그렇기에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이 문제가 단순히 국가간의 갈등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알리고 환경 문제에 분노하고 있는 전 세계 시민들과 연계해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 또 얄팍한 수로 여론을 호도하는 일본에게는 계속해서 정확한 수치를 포함한 정보 공개를 요구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모든 국제법 대응을 검토하라는 공식 발표를 낸 것처럼, 법적대응 역시 준비해야 할 것이다. 진정한 환경 선진국, 리더는 GDP가 아닌 이런 모습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