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춘호 회장의 신라면,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의 추억
[칼럼] 신춘호 회장의 신라면,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의 추억
  • 이규석
  • 승인 2021.03.3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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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1999년 유럽의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 공항이 떠올랐다. 20년전의 기억을 끄집어 낸것은 농심의 창업주 신춘호 회장이 별세했다는 부고기사를 접한 직후였다. 필자는 1999년 당시, 1주일여의 유럽출장 마지막날, 부쿠레슈티 공항의 매점을 둘러봤다. 귀국 탑승을 앞두고 출출했기 때문이었다. 당시만 해도, 우리 식품이 해외, 특히 유럽시장에 진출했으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시절이다. 그래서일까. 그다지 크지않은 부쿠레슈티 공항의 식품코너 한복판에 진열되어 있던 '신라면(컵라면)'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 이럴수가' 감탄사를 자제할수 없었다. 신라면은 아직도 20년전의 추억속에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다.  

그 신라면을 만들고 세계시장 곳곳에 수출한 'K-푸드의 거인' 신춘호 회장이 향년 92세로 영면했다. 고인은 자본금 500만원으로 농심을 세운 뒤 56년간 이 회사를 연매출 2조6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기업으로 키워냈다.  신 회장은 생전 마지막 메시지로 "거짓없는 최고의 품질로 세계 속의 농심을 키워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신 회장은 한결같이 품질을 강조했다. 신 회장은 늘 “시간과 돈을 많이 들이더라도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며 기본에 충실할 것을 주문했다. 농심 측은 "대표작인 신라면이 국내 시장은 물론 세계에서도 ‘최고의 라면’(미국 뉴욕타임스)으로 인정받은 건 신 회장의 품질 강조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경영자총협회는 " 고인의 '이농심행 무불성사'(以農心行 無不成事)라는 경영철학은 기업 정도경영과 사회적 책임 중요성을 일깨웠다. 지금까지도 많은 기업인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며 애도했다.  

신 회장은 식품기업임에도 내수시장에 머물지않았다. 해외시장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않았다. 그의 분신인 '신라면'은 이제 루마니아 공항 뿐아니라 남극, 알프스산에서도 판매되는 세계인의 '식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신 회장은 마지막길을 떠나면서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며 미래를 준비해 나가야 한다. 미국과 중국의 공장을 완공해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발돋움해야 한다. 무엇보다 회사와 제품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세계시장으로 뻗어 나아가달라”고 당부했다. 

신춘호 회장이 떠난 빈자리는 크다. 농심그룹이 마주하고 있는 과제는 적지않다. 고인의 유업과 유지는 장자 신동원 부회장이 이어간다고 한다. 아버지 신회장은 56년간 공장에서, 해외에서 직접 현장을 발로 뛰며 '품질경영' '도전정신'의 진면목을 세 아들에게 보여줬다. 후계자 신동원 부회장이 무엇보다 경영의 기본으로 삼아야 할 유훈이다. 

[비즈트리뷴, 이규석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