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종사자법 논란②] 노동계, 왜 반대하나
[플랫폼 종사자법 논란②] 노동계, 왜 반대하나
  • 구남영 기자
  • 승인 2021.03.2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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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노동자 ㅣ 국가인권위
플랫폼 노동자 ㅣ 국가인권위

공공운수노조는 장철민 의원의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반대하고 나섰다. 

공공운수노조는 4가지의 반대 근거를 제시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이 법안은 플랫폼 노동을 노동법 바깥으로 내몰고 있다. 플랫폼 기업의 사용자 책임을 배제하고, 수많은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려는 세계적 흐름에도 역행하면서 까지 플랫폼 노동을 노동법 바깥으로 내모는 법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지난 2월 26일 국회는 3개의 ILO 핵심협약 비준동의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모든 노동자가 고용관계와 무관하게 노동3권을 온전히 누리고, 원청 기업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도록 하는 노동관계법의 개정은 당장에 해결해야할 과제가 됐다"며 "정부와 여당은 플랫폼 종사자법 추진을 중단하고, ILO 핵심협약에 걸맞게 노동관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운수노조가 주장하는 반대 논리를 들어보자. 

플랫폼기업의 사용자성 부정

법안은 ‘플랫폼 운영자’를 플랫폼 종사자의 노무 제공을 ‘중개 또는 알선’하는 자로 규정한다.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플랫폼 노동자와 그 노무를 제공받는 이용자 사이에서 단순한 ‘계약 체결의 중개자’가 되는 것이다. 이럴 경우 플랫폼 기업은 중개자일 뿐 사용자가 되지 않는다. 음식 배달, 가사·돌봄, 화물운송 등 이미 플랫폼 노동이 일반화된 업종에서 확인할 수 있듯 플랫폼 기업은 해당 노동자의 보수나 노동조건을 결정하고 노무제공을 통제하면서도 사용자로서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있는데, 이 법은 이러한 관행을 합법화시킬 따름이다. 이는 쏘카를 타다 드라이버의 사용자로 인정하거나 카카오모빌리티를 노조법 상 사용자로 인정한 최근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에도 맞지 않는다.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도 사라진다

법안이 규정하는 ‘플랫폼 종사자’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중개, 알선받은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다. 타다 드라이버나 음식배달 라이더, 대리운전기사들의 근로자성 인정 사례가 늘어가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 ‘플랫폼 종사자’에는 노동법상 근로자가 다수 포함될 수밖에 없다. 근로자로 인정되어야할 노동자들이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노동관계법이 아니라 플랫폼 종사자법만 적용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정부가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별도 법률을 추진하면서부터 플랫폼 노동자를 근로자가 아닌 존재로 규정하는, 소위 ‘오분류’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비판은 계속 제기되어 왔다.

이를 의식했는지 이번 법안은 ‘플랫폼 종사자가 근로자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해당 법률을 우선 적용’하고, ‘이 법이 유리한 경우에만 이 법을 적용’한다고 명시한다. 그러나 법 적용의 유불리를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으려니와, 이는 개개인이 법률상 지위를 다툰 이후에야 사후적으로 증명될 수 있어 사실상 의미가 없다. 사전에 플랫폼 노동자의 종사상 지위를 판단할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플랫폼 노동자는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얻는다는 이유만으로 플랫폼 종사자법이 우선 적용될 것이다. 현행 산재보험법이 대통령령으로 정한 직종을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규정하면서 실무적으로는 노무제공 관계의 실질을 살피지도 않고 열거된 직종은 무조건 특수고용으로 취급하는 실패를 답습하게 될 것이다.

플랫폼 노동자 보호 방안도 실익이 없다

법안은 플랫폼 운영자가 플랫폼 이용계약을 변경하거나 해지하는 경우 사전에 플랫폼 노동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도록 규정한다. 이 조항은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사회보험 관계법령의 의무 이행 등 별도로 명기할 이유조차 없는 당연한 의무 사항을 제외하면 플랫폼 기업이 플랫폼 노동자에게 갖는 거의 유일한 책임 사항이다. 하지만 실질적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간 플랫폼 기업은 플랫폼 노동자와의 계약 내용을 수시로 변경했고, 이에 따라 플랫폼 노동자가 받는 수수료 및 노동조건도 계속 달라져왔다. 따라서 계약 조건을 정해진 형식으로 사전에 제공하는 조치는 필요하다. 그러나 플랫폼이 제시하는 약관이나 조건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플랫폼 노동자의 앱 접속은 아예 차단된다. 때문에 계약 변경 사항을 아무리 사전에 고지한다한들 플랫폼 노동자가 이에 대해 협의하기는 불가능하다. 울며 겨자 먹기로 플랫폼 기업이 제시하는 조건을 그냥 받아들이거나, 앱 접속이 차단되어 일거리를 받을 수 없게 되거나 양단간의 선택이라는 현실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

④법안 추진 과정의 문제

작년말,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별도 법안 추진 안건이 정부 일자리위원회에 상정됐을 당시 양대노총과 비정규직, 여성 관련 일자리위원들은 플랫폼 별도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분명하게 안건 처리에 반대했다. 그럼에도 일자리위원회는 서면 심의·의결이라는 형태로 안건 처리를 강행한 것은 물론, ‘전문가와 노사단체 의견수렴’을 거쳤다고 기만했다. 노동계와의 합의를 요식 절차 정도로 여기고, 협의 내용마저 속이면서까지 정부가 이 법안을 밀어붙이는 저의가 무엇인지 의문이다.

국제노동기구는(ILO),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등 국제기구는 고용형태와 무관하게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법 상 권리를 보장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유럽의회는 플랫폼 노동자에게 단체교섭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더구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최근 ‘디지털 노동 플랫폼에 관한 유럽의 법적 프레임워크’ 보고서를 통해 ‘별도의 법제도를 통해 플랫폼을 규제하는 것은 무익하며, 이는 규제를 회피하거나 우회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분명하게 경고하기도 했다. 플랫폼 노동자를 근로자로, 플랫폼 기업을 사용자로 인정하는 각국의 판례도 계속 나오고 있다.

[비즈트리뷴=구남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