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ESG] 보험사 ESG경영 속도...삼성화재 종합등급 1위
[보험 ESG] 보험사 ESG경영 속도...삼성화재 종합등급 1위
  • 김민환 기자
  • 승인 2021.03.15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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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보험사들 사이에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최근 환경과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높아짐에 발맞춰 정부 정책에도 변화가 예상되면서 보험업계의 적극적인 참여가 눈에 띈다. 특히 ESG 경영이 사회적 신뢰를 높일 뿐 아니라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에 한층 더 ESG 경영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보험업계는 '보험산업의 ESG경영 선포식'을 개최했다. 이는 국내 금융업종 내에서 가장 먼저 업계 단위로 진행한 ESG 관련 행사로,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참석해 이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 내용을 언급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그린뉴딜 사업 투자할 경우 RBC비율 산출 시 적용되는 위험계수 하향 조정과 경영실태평가에 ESG경영과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반영 등이다. 지난 2일 금융위가 발표한 '보험산업 신뢰와 혁신을 위한 정책방향'에도 이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다.

보험업계 사장단은 이날 선포식에서 ▲소비자·주주·임직원이 함께하는 ESG 경영으로 보험산업 신뢰도 제고 ▲보험의 안전망 역할 제고와 사회공헌을 통한 포용금융 실천 ▲온실가스 감축 및 저탄소 경제 전환 노력에 동참 ▲에너지 절약, 페이퍼리스 등 친환경 문화 확산 및 신뢰기반의 금융인재 양성 ▲윤리·준법경영 등을 통한 투명한 기업문화 조성 노력 등을 실천과제로 제시했다.

선포식에 참여한 은 위원장은 "ESG 친화적 기업과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ESG 성과를 보험료 산정에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경영 전반의 준칙과 평가에 ESG 요소를 반영하고 단기 성과주의와 기업지배구조도 개선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그러면서 "ESG 공시 체계를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차질 없이 마련하겠다"며 "각종 규제와 제도, 관행을 과감하게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실제 해외에서는 생명보험사들이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참여 방식은 크게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시행과 운영에 관련된 위험을 보장하는 상품과 기타 관리,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직접 투자하는 것을 들 수 있다. 국내 보험사들은 아직 신재생에너지 관련 상품은 출시한 바 없으나 투자의 면에서 석탄발전과 관련된 투자를 중단하거나 정부 주도의 '그린 뉴딜' 사업에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 사무국 신설·탈석탄 금융 선언

먼저 삼성화재는 올해 주요 경영 전략 가운데 하나로 ESG를 꼽는 등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화재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검토할 때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사회적·환경적 성과를 통합 고려하는 사회책임투자 원칙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투자 의사결정 시에는 철저한 네거티브 스크리닝을 통해 사행성 투자를 지양하고 공익성에 맞는 투자를 실시하고 있다. 사회책임투자 규모는 2017년 1조4931억원에서, 2018년 총 1조8300억원, 2019년에는 총 2조1609억원, 지난해에는 2조6242억원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ESG 경영 이슈에 대한 신속한 의사결정 기반을 마련하고 각종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ESG위원회도 설치한다. 오는 3월 주주총회 이후 출법 예정인 위원회는 ESG관련 안건(기후변화 대응, ESG경영 강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12월 고객 중심 경영을 위해 소비자보험팀을 소비자보호실로 격상하고 ESG 사무국을 신설한데 이어 지난 2월 고객의 의견을 듣기 위한 고객패널 확대, 고객권익보호 담당 신설 등 고객 중심 경영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이밖에도 삼성 금융계열사들도 탈석탄 금융을 선언하면서 ESG 경영에 동참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올해 전략으로 고객중심 경영 및 ESG 강화를 내세우고 ESG 거버넌스 체계의 견실화, 중장기 ESG 전략 및 실천 과제 도출, ESG 관련 글로벌 이니셔티브 참여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캐롯손해보험 등 한화그룹 6개 금융사도 올해 '사회경제적 가치 창출을 통한 지속가능경영'에 적극 동참하기 위한 첫 실행방안으로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한화생명은 탈석탄 금융 선언에 따라 향후 국내·외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참여하지 않는다. 또 국내·외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특수목적회사(SPC)에서 발행하는 채권을 인수하지 않기로 했다. 일반채권이라도 명백히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용도로 사용될 경우에는 해당 채권을 인수하지 않는다. 대신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관련 자산에 대한 투자는 지속 확대할 방침이다. 

한화생명은 지난 3월 초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ESG 전담팀을 꾸린데 이어 15일 이사회를 통해 ESG 경영성과 관리 및 관련 전략 추진력 강화를 위한 지속가능경영위원회도 신설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한화생명은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이사회 산하에 신설, ESG 관련 주요 정책을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 차원에서 집행하게 됐다"며 "이를 통해 장기적 관점의 전략 실행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한화손해보험도 앞으로 신규 건설하는 석탄화력발전소 등에 투자와 융자, 보험계약 인수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등 탈석탄 금융 선언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한화손보는 이미 수안보의 Life Campus 연수원 건물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영업현장에 전자청약시스템 도입 및 활성화를 통해 종이사용 최소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 삼성화재·한화생명·현대해상 가장 높은 등급 받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2020년 ESG 평가에 따르면 삼성화재와 한화생명, 현대해상이 가장 높은 등급을 받았다. 대체로 사회책임경영(S)에 관련된 점수가 평가 항목 중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탈석탄 투자를 지향하는 회사들이 환경경영(E)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지배구조(G) 점수는 회사간 편차가 가장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들은 타 금융업종 대비 은행보단 낮지만 증권보다는 높은 등급 분포를 보이고 있다. 자산운용 방식의 차이로 인해 타 금융업종 대비 환경( E) 부문에서 가장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 탄소 관련 투자는 주로 부동산(석탄발전소 등)을 대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대체투자의 비중이 높을수록 탈석탄 투자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체투자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석탄 투자를 해야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회사별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먼저 환경경영(E) 부문에서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삼성화재, DB손해보험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해당 보험사들은 공통적으로 신재생에너지 투자나 공공성을 지닌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투자와 같은 사회책임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실행이 수년간 이뤄지고 있다. 

환경경영(E) 부문에서 가장 높은 등급을 받은 삼성화재는 보험사 중 신재생에너지 관련 투자 비중이 가장 높다. 삼성화재를 제외한 3사는 사회책임투자 자산의 대부분을 SOC에 투하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2019년 신규 투자액 중 신재생 에너지 관련 투자 비중이 29.1%에 머무르고 있고 DB손해보험은 2019년 사회책임투자 약정액 중 신재생에너지 관련 비중이 18%에 불과하다. 그러나 삼성화재는 사회책임투자 약정액 중 신재생에너지 관련 비중이 2017년 75%, 2018년 79%, 2019년 80%로 규모와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사회책임경영(S) 부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회사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이다. 정 연구원은 "해당 회사들은 임직원 복리후생과 사회공헌활동이 이 부분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 중 한화생명과 삼성화재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해당 내용에 대한 정량적인 지표까지 제공하며 해당 내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화재는 직원 인당 교육비와 인당 교육시간, 사회공헌 투자액, 인당 봉사활동 참여 시간 모두 더 높은 수치를 보이면서 사회책임경영(S) 부문에서도 높은 등급을 받았다. 정 연구원은 "정량적인 수치를 제공하는 회사가 적어 상대적인 비교가 어렵지만 직원 인당 교육시간과 사회공헌 투자액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절대적으로도 고무적인 내용"이라고 진단했다.

지배구조(G)에서는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이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이미 이사회의 구성이나 구성원의 선출 방식, 내부감사조직 설치 등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위한 노력은 이미 모든 회사가 취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별로 실질적인 차이는 크지 않다.  

이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비교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삼성생명은 B+등급을, 삼성화재는 A등급을 받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사회 구성 방식은 유사하다. 양사 모두 이사회의 독립성을 위해 대표이사가 아닌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고 이사들의 재임기간이 6년을 초과하지 않는다. 또 이사회 산하에 두고 있는 위원회의 개수와 종류도 동일하기 때문이다.

[비즈트리뷴=김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