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ESG] 은행권에 부는 ESG 바람...G는 아직 미흡
[은행 ESG] 은행권에 부는 ESG 바람...G는 아직 미흡
  • 김민환 기자
  • 승인 2021.03.12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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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ㅣKB금융
사진ㅣKB금융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은행권에도 ESG 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의 경우 ESG 전담 조직은 물론 채권 발행과 적도원칙 가입, 전기차 도입 등 다방면에서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기에 발 맞춰 지난달 은행연합회는 이사회를 열고 ESG 전담부서를 신설해 은행권 ESG 경영을 지원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내 ESG 투자가 환경과 사회분야에만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은행, ESG 조직 신설·확대 개편

실제로 은행권은 올해 ESG 경영에 더욱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KB·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ESG 경영을 올해 중점업무 중 하나로 추진하며 각종 ESG 관련 조직을 신설·확대 개편하고 있다.

KB금융은 지난해 3월 사내·외 이사 9명으로 구성된 'ESG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ESG위원회는 그룹 ESG전략과 정책수립, ESG추진현황 등을 관리·감독한다. 특히 KB금융은 지주 및 계열사 임원 평가 시 친환경 캠페인 횟수와 탄소배출 및 전기사용량 감소 목표달성 여부, ESG 관련 기업 투자 및 공동사업 등의 ESG 성과를 반영한다.

신한금융은 이달 그룹 내 ESG경영성과를 관리하기 위해 계열사 CEO 전원을 회원으로 하는 'ESG 추진위원회'를 신설했다. 앞서 신한금융은 사회책임경영위원회를 ESG전략위원회로, 그룹·지속가능 경영 CSO협의회를 그룹 ESG CSSO협의회로, 그룹 지속가능경영 실무협의회를 그룹 ESG 실무협의회로 변경했다.

우리금융은 ESG전담부서인 ESG경영부를 신설한데 이어 ESG경영위원회를 신설할 예정이다. ESG경영위원회는 ESG 전략 및 정책을 수립하고 각종 ESG 관련 추진현황을 보고받는 등 ESG 경영전반에 대한 의사결정기구 역할을 수행한다.

하나금융도 계열사 CEO 전원을 회원으로 '사회가치경영위원회'를 구성해 ESG전략을 포함한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사업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농협금융은 사회가치 및 녹색금융위원회를 신설하고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이 직접 주관하는 ESG전략협의회와 ESG실무회의도 신설 예정이다.

■ 시중은행, E와 S에 포커스

권광석 우리은행장(오른쪽)과 한성희 포스코건설 대표이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ㅣ우리은행

최근 KB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기업은행 등이 앞다퉈 ESG 경영 실천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환경과 사회공헌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금융기관의 환경·사회적 리스크 관리체계 구축 및 책임 이행을 위해 '적도원칙'에 가입했다. 적도원칙이란 대규모 개발사업이 환경파괴 또는 인권침해 문제가 있을 경우 금융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전 세계 금융기관 간 자발적 협약이다. 

이후 국민은행은 ESG 경영 실천을 위해 환경부와 녹색채권 활성화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5000억원 규모의 원화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후순위채권)을 발행했다. 

신한은행은 국내 시중은행 최초로 지난해 9월 적도원칙에 가입 후 금융기관의 환경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환경사회리스크 관리 원칙에 맞춰 금융거래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해 ‘적도원칙 스크리닝 프로세스’를 준용한 심사를 수행하고 있으며, 올해 베트남 현지 법인을 시작으로 글로벌 네트워크에도 ‘적도원칙 검토 프로세스’를 도입 할 예정이다.

또 9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주관한 ‘기후금융 지지선언식’에 참석해 ‘탈석탄 금융’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우리은행은 4일 포스코건설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천 및 ESG 관련 금융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은행권 최초 건설사와 ESG 업무협약 체결이다. 양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태양광, 풍력발전 등 신재생·친환경 에너지 ESG관련 건설사업에 지급보증,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포함한 금융 분야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1월 국내 시중은행 달러화 벤치마크 채권 중 역대 최저금리로 미화 5억5000만불(한화 6000억원 상당액) 규모 외화 ESG 선순위 채권도 발행했다.

하나은행은 국내 시중은행 최초로 1000억원 규모의 친환경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하는 '그린 론(Green Loan)' 주선에 성공했다. 그린 론은 ▲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 ▲에너지 효율화 등 친환경 사업으로만 용도를 한정하는 대출로, 제3자 인증기관을 통해 자금의 사용처 및 성과에 관한 인증을 받고 금융기관으로부터는 녹색 금융의 일환으로 자금을 지원받는다.

앞서 하나은행은 지난 1월, 5억유로(약 6740억원) 규모의 중장기 외화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중소기업 지원과 일자리 창출, 취약 계층 지원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발행하는 특수목적인 ESG 채권 가운데 하나인 소셜본드(Social Bonds) 형태로 발행된 것이 특징이다.

권준학 농협은행장은 지난 5일 NH-아문디자산운용이 출시한 친환경 'HANARO 탄소효율그린뉴딜' ETF를 가입했다. HANARO 탄소효율그린뉴딜 ETF는 금융지주 ESG 비전과 추진계획의 체계적인 실행차원에서 매출액 대비 탄소배출량이 적은 저탄소 기업에 높은 가중치를 부여해 투자하는 상품이다.

기업은행은 11일 5000억원 규모의 조건부 원화 ESG 신종자본증권을 사회적 채권 형태로 발행했다. 앞서 올해 초 지속가능경영 추진을 위해 전략기획부 내 'ESG경영팀'을 신설하는 것을 시작으로 은행권 최초로 ESG 인증등급 최고등급을 받은 원화 중소기업금융채권(1조500억원)을 발행했다.

■ G부문은 아직 미흡

은행권 ESG 투자가 환경·사회에만 편중돼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상대적으로 지배구조 부문에서는 보수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이달 국내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임기가 대거 만료 되는 가운데 여성 이사의 비중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4대 금융지주의 여성 사외이사는 많게는 2명에 그치거나 아예 없는 곳도 있다.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많은 여성 사외이사를 보유한 곳은 KB금융이다. KB금융은 지난 2018년 정기 주총에서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전문가 최명희 이사를,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 여성 은행장을 지낸 권선주 전 IBK기업은행장을 각각 사외이사로 선임해 총 2명의 여성 사외이사를 보유하고 있다. 최 이사는 오는 19일 임기가 종료되지만 연임이 유력한 상황이다.

신한금융의 경우 가장 많은 12명의 사외이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 중 여성은 단 한명이다. 지난해 회계 및 세무 전문가인 윤재원 홍익대 경영대학교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한 바 있다. 신한금융은 최근 정기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총원을 10명에서 12명으로 늘리고 퇴임하는 2명의 자리를 포함해 신임 사외이사 4명을 새로 추천했지만 새로운 여성 사외이사 유입은 없었다.

하나금융은 현재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가 유일한 여성 사외이사다. 다만 이달 6년의 임기를 모두 채우면서 연임이 불가능하다. 하나금융은 이달 말 차 이사를 포함한 8명의 사외이사의 임기가 모두 동시에 종료되면서 6명의 사외이사에 대해 1년 임기로 재선임했고 권숙교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 박동문 코오롱인터스트리 대표를 2년 임기의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결과적으로 권숙교 고문이 차 이사의 자리를 대신하면서 여전히 여성 사외이사는 한명이다.

우리금융은 사외이사 6명 중 5명의 임기가 이달 말 끝나지만, 전원 재추천하면서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크다. 현재 우리금융은 여성 사외이사가 한명도 없는 상황이다.

특히 ESG행복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기업은행의 경우 시총 50개 기업 가운데 종합 ESG평가에서 37위를 기록하면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지배구조분야에서도 역시 38위에 그치고 있다.

은행권에서 최근 ESG 경영에 속도를 내면서 E와 S에선 합격점을 받았지만 지배구조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이사회 다양성에서는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다. 

은행권 관계자 "여성 직원의 경력 단절 사례가 많아지면서 남성과 비교해 인력풀이 넓지 않다"면서 "현재는 많이 부족하지만 계속해서 후보군에 여성 임원들의 이름이 올라가고 있어 해당 문제는 차차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여성 사외이사 후보군을 면밀히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비즈트리뷴=김민환 기자]